십선성취 | 아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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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2-29 14:28 조회4,07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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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글
얼마 전 가수 지코가 부른 ‘아무 노래’라는 곡이 인기가 많았었다. “왜들 그리 다운돼있어 뭐가 문제야……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아무 노래의 가사가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가의 가사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아무 생각 없이 지위와 명예를 내려놓고 아무개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 유행가 가사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와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한 달에 한번 쓰는 위드다르마 글이지만 나름의 정성과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달에는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그냥 고민 없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글이나 적어 보려고 한다. A4지 한 장 조금 넘는 분량의 짧은 글이지만 그 작은 분량 안에도 내가 살아온 삶의 경험과 가치관, 철학이 담겨있다. 다른 사람의 글이나 생각이 아닌 살아있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 세상에는 많은 소중한 가르침들이 있다. 하지만 그 가르침을 소중하게 만드는 주체는 나 자신이다. 아무 누구에게도, 아무것에서도 배울 수 있고, 아무 길에서도 깨달을 수 있으며, 아무라도 사랑할 수 있으나 다만 아무리 화려한 업적과 거룩한 목소리로 다가와도 진실이 빠져나가고 그사이에 사욕이 들어찬 사람의 가르침에는 좀처럼 귀 기울여지지 않는다.
그저 나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 함께 할 수 있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잠시 그 결정과 결론을 유보하고 싶고, 스스로 지어놓은 틀을 고집하여 갇히고 싶지는 않다. 또한 내가 진실한 나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진실을 말하는 이유까지도 진실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진실이 거짓의 자료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사람들이 나를 쉽게 보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할 때가 많았다. 상대가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것이 나의 문제일까? 그 사람의 문제일까? 그의 판단에 내가 유치한 대상이어서 소중하고 중요한 본질과 진실은 속에 접어두고 그저 사소하고 하찮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그의 인성적 한계 또는 소양의 문제인가? 그렇게 판단이 들게 한 나의 태도와 인상의 문제인가? 혼자서 고민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고 어리석은 고민이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이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그것은 단지 내가 받아들여야 할 대상일 뿐이다. 공자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마음 쓰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의 진면목을 바로 보지 못할까 염려하라” 고 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잘 받아들이고, 잘 소화해서, 바른 생각과 바른말, 바른 행동으로 잘 내보내는 것이다. 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으며, 문제의 해결 방법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 불교의 수행이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