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시골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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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8-27 12:12 조회4,31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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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 어때요?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툇마루에 둘러 앉아 시원한 수박을 잘라 먹던 여름밤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을 추억할 때 빠지지 않는 아련한 기억이다. 후끈한 더위는 비록 손에 든 작은 부채에 의지 했을지언정 지열과 함께 올라오는 흙냄새, 풀냄새를 맡으며 베어 물던 그 달콤한 맛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 고개를 들어 바라 본 새까만 하늘에는 유난히도 많은 별들이 무서우리만치 총총히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돌아가시고, 시골 전원생활은 내게 다시 돌아가고픈 막연한 어릴 적 향수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시아버님께서 하시던 일을 그만 두시고 노년을 전원에서 보내시고 싶다며 충남 아산으로 이사를 하시면서 나에게도 다시 시골집이 생긴 것이다. 크고 좋은 집은 아니지만 툇마루에. 작은 방도 세 개나 되고, 우리 가족이 이것저것 키워 먹기에 충분한 텃밭도 딸린, 공기 좋은 시골집이 말이다.
담을 따라 심어진 세 그루의 매실 나무에서는 해마다 청을 실컷 담그고도 남아 주위사람에게 나누어 주기 바쁠 만큼 많은 매실이 열리고, 대추나무, 감나무, 밤나무, 앵두나무 등등의 나무들에서도 계절마다 따는 재미가 심심치 않게 과실이 열매를 맺는다. 가을에 골목길을 지나다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를 심어 놓은 집들을 볼 때면, 꼭 따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유실수가 주는 풍요로움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게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부지런한 시부모님께서는 철마다 여러 가지 채소를 골고루 심으셔서 밭에서 딴 야채들로 만든 무 농약 반찬이랑 무 농약 김치를 매일같이 먹을 수 있다. 금손 이신 시아버님께서는 방 하나를 찜질방으로 개조해 놓으셨는데, 밑에는 전기로 열을 올리는 금속 판넬을 깔고, 그 위에 바닥부터 벽까지 편백나무를 쪽쪽이 이어 붙이셔서 겨울이면 가족이 모여 앉아 뜨끈뜨끈하게 찜질도 하고 삶은 달걀도 까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눈다. 손자들이 놀러 오면 탈 수 있게 밧줄을 엮어 춘향이 그네도 멋지게 걸어 놓으시고, 뒤뜰 창고에는 가족 대항 경기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게 탁구대까지 설치해 놓으셨다.
살랑살랑 바람 부는 매실 나무 밑 통나무 의자에 앉아, 드럼통을 잘라서 망을 올려 손수 만드신 그릴에 숯을 피워 고기를 굽고, 밭에서 뚝뚝 딴 고추와 상추를 물에 흔들어 대충 씻어 파 무침과 함께 싸서 한 입 가득 넣으면 그 맛은 세상 어느 산해진미에도 뒤지지 않을 진수성찬이다.
서울 사람들이 귀농을 하면 처음에 마을 사람들 텃세에 많이들 힘들어 한다던데, 사람 좋아하시고 인심 후하신 시부모님께서는 금방 그 곳 분들과 허물없이 친해지셔서 이내 그 마을 사람이 되셨다. 시골 인심이 옛날만 못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옆집 뒷집 이웃들과 작은 거 하나도 서로 나누어 드시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즐기시며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고 계신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던 어릴 적 추억이 간절한 지인 분들을 자주 초대하셔서 하루 이틀씩 재밌게 보내시고, 댁으로 돌아가실 때는 손수 키운 채소들도 한 가득 싸 드리는 재미에, 얼굴이 검게 그을리실 정도로 뙤약볕에 피(잡초)를 뽑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덕택에 몇 해 전에는 우리 친정 가족들도 모두 내려가서 하룻저녁 머무르며 시부모님과 함께 감자도 캐고 고기도 구워 먹고 귀한 시간을 보냈었다. 요즘도 시부모님께서는 종종 친정 부모님 시간 될 때 언제든 놀러 오시라고 말씀해 주시니 그 마음이 참 감사하다.
아이들 키우고 일하느라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가끔 한 번씩 시댁에 갈 때면 펜션에 놀러 가는 것 같이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진다. 시골이 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 때문인 것 같다. 싱그러운 바람 내음, 흙 내음은 복잡하고 답답한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말끔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하다. 그 곳에는 고단한 일상을 보낸 자식들을 언제라도 따듯하게 품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더욱, 늘 가고 싶은 곳이다. 나는 바란다. 시부모님께서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도록 전원에서 행복하시길...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아이들이랑 반야 데리고 여름휴가로 시골 나들이를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