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 구업(口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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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9 12:23 조회5,64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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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업(口業)
이 글을 읽는 많은 불자들은 ‘구업(口業)’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전에 나오는 내용을 통해서, 혹은 스승님들의 설법을 통해 많이 보고 들어보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대들은 구업을 쌓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구업은 입으로 짓는 악업으로 망어, 양설, 악구, 기어가 있다.
망어란 거짓말을 뜻하며, 양설은 이간질, 악구는 욕이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 기어란 부풀리는 말 또는 쓸데없는 말을 뜻한다.
사람은 살아가며 몸과 입, 마음으로 많은 죄를 짓는다. 사실 몸이나 마음으로 짓는 죄는 웬만한 수행과 노력이 아니고서는 선업으로 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구업은 상당 부분 노력을 통해 선업으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듣고 나면 같은 의미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 얘기를 들은 이의 받아들이는 태도와 기분은 매우 달라진다. 독자들도 그러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아니 저 사람은 왜 말을 저렇게 해? 좋게 말해도 다 알아들을 텐데!”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상대방을 생각하고 위해서 하는 말들이 구업을 낳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선의의 거짓말도 어찌 보면 거짓된 말이니 망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을 듣는 사람에게 내가 한 거짓된 말은 좋은 말이 될 수도 있다. 또 욕과 같은 경우,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에게 욕하는 것은 실제로 욕한 게 맞고, 욕을 들은 그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하니 악구를 저지른 것이 맞으나 타인이 듣기에 속 시원한 말이 될 수 있다. 이것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구업이란 말 그대로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듣는 이의 입장이나 기분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맞는가? 내 앞에 이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어느 쪽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게 맞는가요?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답은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언제 어느 순간 생각이 변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나의 생각으로는 듣는 이의 입장과 기분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이미 답이 정해진 오픈북 시험과 같다. 왜냐, 앞서 구업에 속하는 망어, 양설, 악구, 기어의 뜻을 다시 보면 망어란 거짓말을 뜻하며, 양설은 이간질, 악구는 욕이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 기어란 부풀리는 말 또는 쓸데없는 말을 뜻한다. 이 중 두 가지만 봐도 양설은 이간질, 즉 이간질은 적어도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의 사람이 있어야 하며, 듣는 이가 필요하다. 악구의 뜻만 해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이다.
따라서, 나에게 있어 구업이란 듣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 주를 이루지만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나의 이러한 정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답은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구업의 초점을 상대방의 기분, 또는 말 그대로에 둘 것이냐 와 같은 의미와 정의는 달라질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구업은 업이다. 아, 너무 당연한 말을 해서 김이 샜는가? 하지만 그 당연한 걸 알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게끔 노력하지 않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는 것이니 이제부터라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구업을 쌓지 않기 위해 노력해보자.
나는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5개의 약속을 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말하기 전 상대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두 번째,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면서 이렇다 저렇다 등과 같이 누군가를 안 좋게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말을 하지 말자. 세 번째, 누군가에게서 들은 ~카더라 하는 말을 타인에게 옮기지 말자. 네 번째, 사소한 거짓이어도 거짓말은 웬만하면 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욕하지 말자! 독자들도 이와 같이 자신만의 약속 5개를 만들어 구업을 쌓지 않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