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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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망에 담긴 이야기 | 의심스런 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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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31 조회5,4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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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런 궤짝

 

 

사려 깊고 덕망 있는 한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젊은 여자와 결혼을 하였다. 어느 날 저녁 여느 때보다 일찍 집에 돌아온 그에게 충직한 하인이 말했다.

 

주인님, 안방마님의 행동이 좀 이상합니다. 마님께서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만한 커다란 궤짝을 방 안에 들여 놓으시고는 꼼짝도 안 하십니다. 주인님의 할머니 것이지요. 그 속엔 옛날 자수품이 몇 점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뭐가 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님은 주인님의 충복인 저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십니다.”

 

주인이 아내의 방으로 가보니까. 젊은 아내는 수심에 찬 모습으로 커다란 나무 궤짝 곁에 앉아 있었다.

이 궤짝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좀 보여 주겠소?”

하인이 의심해서 인가요. 아님, 저를 못 믿어서 인가요?”

이런 저런 말을 듣는 것보다. 아예 열어 보는 게 낮지 않겠소?”

그럴 수가 없어요?”

잠겨 있소?”

그래요. 잠겨 있어요?”

열쇠는 어디 있소?”

그녀가 앞을 가로막았다.

하인을 내보내세요. 그러면 열쇠를 드리겠어요?”

 

주인이 하인을 내보내자 젊은 아내는 열쇠를 건네주고 몸을 움츠리며 몹시 불안해했다.주인은 한동안 깊이 생각했다. 그러더니 일꾼 네 사람을 불렀다. 주인은 그들을 시켜 궤짝을 정원 한구석으로 가져가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묻어 버렸다.

 

불자의 선정을 막는 의심으로는 자신의 능력이 열등하다고 의심하고, 스승의 말과 행동이 자기의 마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의심하며, 법의 가르침이 진리에 부합하는가를 의심하는 세 가지가 있다. 이런 의심은 마음에 망설임과 꺼려하는 반응을 일으켜 마음공부를 방해한다. 내 마음이 작동하는 한, 나는 의심의 상자를 무수히 만들어 낼 것이다. 그만 고장을 내어 작동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