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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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바루기 | 파단(破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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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1-27 13:29 조회4,2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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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단(破壇)

 

의례를 위해 바닥에 그려진 만다라는 관정이나 완성식 등의 의례가 끝나면 파괴됩니다. 승려들이 며칠에 걸쳐 만든 정밀한 만다라는 사람에 따라서는 귀중한 예술품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의례적인 장치 중 하나일 뿐입니다. 부처님들을 그곳에 내려놓기 위한 매개체인 것입니다. 의식의 마지막 단계에서 만다라에 머문 부처님들이 본래의 부처의 세계로 돌아가신 후에는 단순한 용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의식의 마지막에 만다라를 부수는 것은, 인도의 종교 의례의 전통에 따른 것입니다. 고대에 인도에 들어온 아리아인들은, 제화(祭火) 등을 갖춘 의례의 공간을 의식 때마다 준비해, 의식이 끝나면 그대로 방치해 썩어 버리게 했습니다. 이러한 의식(儀式)에서 의례의 장소는 우주 전체의 구조를 반영하고, 의식(儀式)의 일부로서 의례의 장소를 만드는 것이 우주 창조를 의미했습니다.

 

이것은 만다라와 똑같습니다. 의례의 장이 벌써 완성되어 있으면 의례는 불필요합니다. 게다가 일상적인 세계 속에 우주 전체가 항상 있어서는 생활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 공간이 갖는 특수성이나 신성함도 상실되어 버립니다.

 

만다라의 경우, 만다라를 부수는 것은, 불교가 설하는 제행무상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영원히 불멸하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부처의 세계를 임시로 나타낸 만다라여도 변함이 없습니다.

 

티베트 미술이나 만다라 전시회가 있으면 티베트에서 승려를 불러 모래 만다라 제작을 시연시킵니다. 주최자나 전람회 관계자는 비싼 경비를 지불하고 생긴 모래 만다라이고, 보기에도 훌륭하기 때문에 부수는 것이 아까워져 수지(樹脂) 등으로 굳혀 보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제행무상의 역행이기도 하고, 대개 몇 년 후에는 위에 먼지가 쌓인 초라한 모래만다라가 되어 취급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인도에 모래 만다라의 작례가 없지만, 문헌에서는 만다라를 부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사리가 금강저를 이용하여 동쪽 문에서 중앙을 향해 한꺼번에 부수고, 그 후 주위에서 제자인 승려들이 깨뜨려 갑니다. 부서진 모래는 항아리에 담겨 강가로 운반되어 물에 떠내려가게 됩니다. 물에 사는 용에게 가져다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부 모래는 재가 신자가 가지고 가도 괜찮다고 합니다. 부처가 머물렀기 때문에 뭔가 효험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