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 하얀 소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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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1-27 13:24 조회4,48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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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소를 찾아서
우리나라는 물론이려니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내놓은 2021년 신년사에 공통적으로 담긴 큰 주제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 존자나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년사에도 지난해 인류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사건들(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공유하면서 의미 있는 새해, 평화와 평온을 되찾자는 축원이 담겨 있다.
지치고 힘들 때, 구원과 안식을 간절히 원할 때 찾게 되는 것이 종교인만큼, 종교 지도자들의 메시지가 더 큰 위로와 위안을 주는 것도 같은 까닭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다르고 종단이 다르지만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면서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내자는 우리나라 여러 종교 지도자들의 신년사는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울림으로 마음에 와닿는다.
가톨릭 염수정 추기경은 신년 메시지에서 “코로나19가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위해 우선적인 사랑과 배려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라며 의료진과 봉사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 신앙인 각자가 충실한 삶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하느님 구원의 섭리 안에서 온 세상에 평화와 사랑이 흘러넘치기를 열심히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신년 법어를 통해 코로나19를 “인간 내면의 정신세계를 등한시하고 오직 물질과 편의만 추구한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과 탐욕으로 인한 무한 경쟁과 생태계의 파괴와 환경오염의 결과”라면서 마음을 닦아 참나를 깨달으면 그곳에는 시비도 없고 분별도 없고 갈등도 없고 대립도 없는 평화와 행복이 가득할 것이라는 말씀과 함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갈등과 반목, 대립과 분열을 물리치고,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웃과 더불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인정하는 원융圓融과 상생相生 행복을 만들어 가자.”라고 호소했다.
불교총지종 통리원장 인선 정사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현실에 대한 위로와 함께 “우리의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바이러스의 반복과 피해는 계속될 것이므로 우리는 오로지 부처님 말씀에 기대어 자신과 세계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나가야 한다.”라며 종조 원정 대성사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시시불공時時佛供 처처불공處處佛供’을 설한 것처럼 우리의 참된 생활, 그 자체가 불공이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불자들의 마음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충만하기를 서원했다.
대한불교 천태종 김도용 종정은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보라도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중생의 번뇌도 지혜의 광명이 빛나는 자리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우리 마음에 불심이 깃들어 있어서 어려움 속에서도 그 삶이 빛난다면 깨달음의 도량은 먼 곳에 있지 않다.”라면서 불자들 모두가 중생이 있는 곳에서 부처님을 보며 법의 향기로 마음을 가득 채워 모든 이웃을 공경하면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할 것이므로 공덕을 온 누리에 두루 나누고 국태민안과 인류의 평화를 발원하며 화합과 기쁨의 새해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대한불교 태고종 호명 총무원장은 “코로나19를 물리치고 나라와 국민생활이 안정되게 하는 것은 물론, 중생제도와 대 사회적 봉사활동으로 애민愛民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추운 겨울에 나무가 더욱 단단해지고 매화 향기가 더욱 짙어지듯이 지난해 겪었던 고통과 시련을 교훈 삼아 우리 모두가 흰 소처럼 더욱 여유롭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상생 도약하는 희망과 광명光明의 한 해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을 소망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소강석ㆍ이철ㆍ장종현 대표회장단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인간을 이긴 바이러스는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종교가 어려웠고, 특히 개신교는 ‘집단감염 이슈’ 등으로 인해 유달리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폐허에서도 꽃이 피어나듯 믿음과 소망으로 생명의 꽃씨를 뿌리자.”라고 강조하면서 함께 힘을 모아 달려가자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단군을 중심으로 한 사직 및 선열 숭봉을 통해 민족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조직된 ㈔현정회에서도 “나라를 연 조상들의 참뜻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역사와 문화를 빛낸 선현들의 호국정신으로 국난 극복을 위해 화합과 사랑으로 오늘의 갈등을 이겨내자.”라며 종교와 이념을 초월한 노력을 당부했다.
자, 그렇다면 누군가가 내게 새해 소망이 뭐냐고 물었을 때 쉽게 답하지 못한 나의 속내는? 누구나 그러하듯 코로나19가 한시바삐 사라지는 것? 새로울 것도 없는 다른 사람들의 신년사를 이렇게 시시콜콜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그것 말고는 딱히 내놓을 무엇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시절이 뒤숭숭하고 앞날이 오리무중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인생인 바….
한 해를 매듭짓고 또 한 해를 여는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인간의 본성을 찾는 열 단계의 수행 단계를 동자나 스님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심우도尋牛圖의 그것처럼 올해는 종교나 인종, 지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순하며 우직하고 끈기 있는 성정, 성실과 신뢰, 여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소를 찾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호시우보(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냉철하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 우보만리(느린 소의 걸음이지만 천천히 만 리를 간다)라는 사자성어가 의미하듯 모두가 제자리에서 강인한 의지와 신념, 은근과 끈기, 인내와 긍정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수많은 일에 제동이 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지는 요즈음, ‘해야 할 일’을 잘한다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것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