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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이야기 | 골탕 먹일 생각으로 질문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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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2-02 12:54 조회4,2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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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골탕 먹일 생각으로 질문하지 말라

고약한 사람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남을 골탕 먹이기 위해 고의로 하는 언행이다. 예를 들면, 남의 약점을 일부러 드러내기 위해 말을 꺼내거나 곤경에 빠뜨릴 목적으로 발설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면박을 주거나 골탕 먹일 생각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참으로 고약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 사람의 인격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경우는 대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또는 질문하는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말하자면, ‘너 그거 알고 있어? 난 알고 있어!’라거나 아니면, ‘너 그거 모르지!’ 하는 식으로 무시하듯 질문하는 것이다. 남을 깎아내리고 자신을 치켜 올리는 경우다. 자찬훼타自讚毁他하는 꼴이다. 그 꼴이 꼴불견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같이 수행하는 출가자 사이에 그러한 자가 있었으니,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계가 고뇌문경계故惱聞經戒

이다. 고의로 질문하여 괴롭히지 말라는 계이다.

그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사분율의 내용이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6군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들을 괴롭히기 위하여 그들 앞에서 경을 외며 일부러 그 뜻을 묻고 가르치기까지 하였다.

 

이 사실을 들은 비구니들이 6군 비구니들을 꾸짖고 부처님께 고하니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계를 제정하였다.

만약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들을 괴롭히기 위하여 그 앞에서 고의로 경을 외우며 뜻을 묻고 가르치면 바일제이니라.”

 

자신을 높이고 나쁜 의도로써 남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특히 고의로 남에게 면박이나 창피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마음 수양하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본인은 칼날같은 질문을 잘하고 돌직구와 같은 촌철살인의 사람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다. 잘난 척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중생이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인격자요 지혜 있는 사람이다.

 

질문하는 사람의 태도나 질문 내용을 살펴보면, 질문자의 저의를 알 수 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자찬훼타의 질문인지를

후자의 경우는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격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함께 지냈다가 진심瞋心을 내어 내쫓지 말라

함께 더불어 지냈다가 나중에는 사이가 나빠 같이 지내던 사람을 내쫓는 것이 중생의 습성이다. 하물며 같이 수행하던 도반을 내쫓는 일은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부처님은 함께 수행하던 사람을 화가 난다고 해서 내쫓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를 하진축출계夏瞋驅出戒라 한다.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사분율의 내용이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투라난다 비구니가 안거에 들어가던 시기에 다른 비구니를 자기 방 처소에 함께 지내기를 허락하였다가 안거 중에 그를 미워하여 침상을 처소 밖으로 끌어내는 한편 그 비구니를 쫓아냈다. 쫓겨난 비구니는 창피할 뿐만 아니라 처소를 구하지 못하여 환속하고 말았다. 이로 말미암아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계를 제정하였다.

만약 비구니가 여름 안거에 들어가며 다른 비구니에게 자기 처소에 좌상座床을 놓도록 하였다가 나중에 진심瞋心을 내어 내쫓으면 바일제이니라.”

 

살다보면 정이 들고 애정이 싹트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기와 질투, 나아가 증오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이 중생세계다.

 

같이, 함께, 더불어 수행하는 사람끼리 그리해서야 되겠는가. 자기 수양이 덜 된 탓이다. 유독 남을 미워하는 특별한 유전인자를 지닌 사람도 있다. 이고 업이고 습이다.

 

남을 미워해서도 안 되지만, 내쫓는 일은 더욱 삼가야 한다. 더구나 승가에서야 말해서 무엇하랴.

 

승가란 무엇인가. 바로 화합중和合衆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즉 화합하는 무리, 집단이다. 그러므로 미운 사람, 고운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 그것이 사무량심捨無量心이다. 그리고 더불어서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대승보살의 바라밀다이다.

 

사이가 나빠졌다고 해서 절대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 과보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