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세상을 밝히는 작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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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1-04 14:41 조회3,90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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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밝히는 작은 마음
이 세상에 거저(공짜)는 없다. 돈이건. 물질이건 혹 마음이라도 받았으면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빚이 된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밥을 한 끼 얻어먹어도 다 빚이니 먹었으면 다음번에 꼭 갚고, 될 수 있으면 여유가 되는 만큼 베풀고 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무엇을 꼭 받은 사람에게 되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도 좋지만 받은 것을 더 필요한 여러 사람에게 갚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월급을 받았던 달부터 매월 유니세프에 작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월급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좋은 일에 써 보자고 시작했던 작은 기부가 올해로 23년이 되었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 피부색에 커다란 눈망울로 엄마 품에 꼭 매달려 있는, 배고픔에 생을 다해가는 어린 아프리카 아기들에게 영양식을 먹이고 예방 주사를 놓는데 쓰인다고 한다.
또, 막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학교를 통해 알게 되었던 ‘굿 네이버스’ 라는 단체에도 매월 3만원씩을 송금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할 수 없는 한 명의 아이를 어느 정도 성장할 때 까지 계속 후원해 주는데 쓰인다.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인연을 맺은 아이가 3명인데 몇 달에 한 번씩은 감사의 편지를 보내와 감동을 주곤 한다.
5년 전부터는 ‘나눔 코리아’라는 곳에도 매월 3만원씩을 보내고 있다. 이곳은 돌봐드릴 가족 없이 혼자 사시는 무의탁 노인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장례를 치러 드리는 자원봉사 단체이다. 노년기를 외롭고 힘들게 보내시던 어르신들이 임종 후에까지 가시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많은 뜻 있는 분들이 정성껏 장례를 치러드리고 있는데,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돈들이 이 때 소중히 쓰인다.
예로부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이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얼굴 없는 천사가 구세군 냄비에 많은 돈을 넣고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돕거나 좋은 일을 할 때는 떠벌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를 모르지 않는 내가 자랑이라도 하듯 그간 해 왔던 작은 실천들을 글로 옮기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작은 기부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세상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몰라 못한다던지, 기부라는 것이 몇몇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것인 양 대단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내 친구도 하는데 별거 아니구나! 나도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으로 쉽게 마음을 내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전화 한 통화면 세상을 밝히는데 동참할 수 있다고, 우리 같이 하자고 자주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곤 한다.
많은 유명 인사들이나 연예인들이 국가에 사고나 재난이 닥쳤을 때 큰돈을 내놓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기업을 이끄는 재벌들도 ‘노블리스오블리제 (noblesse oblige)’ 라는 명분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회에 기부와 봉사를 한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기부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매스컴에 나올만한 많은 돈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범부들도 누구나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에서 조금씩 다른 이들을 도우며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자동이체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서 한 번만 마음을 먹으면 매월 없어지는 지도 모르게 통장에서 바로 후원단체로 돈이 빠져 나가 더욱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곁에는 너무나 힘들게 살고 있는 이웃들이 많다. 쪽방에서 살다가 불이 나서 세 남매를 데리고 살 곳이 없어져 막막해진 아이 엄마. 집 나간 부모 대신 키워주신 할머니가 병에 걸려 끼니도 제대로 못 이어가는 어린 초등학생 아이, 엄마도 없이 장애인 아빠랑 둘이 살다가 희귀병에 걸려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고통 받는 아기... 후원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딱한 사정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내가 또는 내 아이가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단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껏 살아오기까지 운이 좋아서 였다거나, 전생에 복이 많아서 였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들의 상황에 함께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공감하려고 애쓸 뿐, 나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가슴 쓸어내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스스로 위안하며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야 말로 그들에게 죄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보다는 이런 이웃들과 같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할 밝고 따듯한 세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