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선성취 | 베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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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7-31 14:53 조회2,05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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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종에 들어온지 벌써 20년이 다되어간다. 처음 총지종에 교무가 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총지사 1층 숙소에서 생활하며 교무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신림동 고시촌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어 자주 만나지 못했다. 하루하루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대치동 학원가에 있는 ‘우리서당’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 그곳에서 논어를 배우게 되었다.
서당 선생님은 우리서당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우리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2번씩 봉사활동을 하게했고 나도 자연스럽게 같이 봉사활동을 다니게 되었다. 고아원, 요양병원, 목욕봉사, 청소봉사, 반찬배달봉사 등 2년 정도 했던 그때의 다양한 경험들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서당을 그만둔 나는 또다시 무료한 일상을 보내기 보다는 봉사활동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싸이월드에 있는 ‘사랑실천’이라는 봉사단체에 가입하게 되었고, 1년 후 부터는 봉사단체를 이끌게 되었다. 그렇게 매주 토요일마다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아동센터와 도봉구 창동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 아동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사람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보다는 자기를 먼저 생각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지만, 세상에는 꼭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감사해하고, 무엇을 받든, 얼마를 받든, 어떻게 받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무엇을 더 받기보다는 무엇을 더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나에게서 나가는 것이 베풂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도 가끔씩 그때 만났던 아이들과 같이 봉사활동 했던 친구들이 보고 싶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손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지 않고 빈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을 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착각하며,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을 때 자신이 돋보인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내려놓은 사람만이 무언가를 다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인과도 그러한 것이고, 행복도 그러한 것이다.
사람들은 빛을 찾아 헤매는 불나방처럼 화려함을 쫒아 결국 자신을 불태운다. 지금도 불나방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빛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꽃은 지금 여기 피어있다.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채,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승직자가 된 나는 이제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론 낯설게 느껴지고 고개 숙여 수줍은 듯 옅은 미소 짓지만, 지금도 영천 단음사 경내에는 수국, 수련, 접시꽃, 백일홍이 피어있고, 다양한 새들이 날아와 지저귄다. 바람은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나의 꿈들에 길 하나를 만들어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아 아슬아슬한 나의 마음을 새벽이슬처럼 방울방울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