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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기 | 24절기와 곡우, 그리고 곡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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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4-04 14:57 조회2,3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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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은 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24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24절기 중 6번째이자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는 매년 4월 20일경으로, 곡식 곡穀 비 우雨,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입니다.


 봄의 1번째가 입춘, 봄의 시작을 알리며 보통 이날부터 봄이라 칭하고 2번째가 우수, 눈이 녹아서 봄비가 내려 싹이 틈을 말합니다. 3번째가 경칩,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남을 의미하고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입니다. 4번째 춘분, 낮이 길어지는 시기며 5번째 청명, 하늘이 맑아진다는 의미로 봄 농사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우穀雨, 봄비가 내려 여러 가지 작물에 싹이 트고 못자리를 내는 등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됨을 말합니다.


 곡우 무렵에는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여서 전라남도, 경상남북도, 강원도 등에는 곡우물(나무수액)을 마시기 위해 깊은 산이나 명산을 찾아 다녔다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곡우물이란 자작나무 껍질에 칼로 홈을 내어 채취하는 물로 밑동에 상처를 내거나 가지를 늘어뜨리고 끝을 잘라 병 속에 꽂아 두면 하룻밤 사이에 병 가득히 물이 고입니다. 이 물은 위장병과 신경통, 이뇨 등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곡우穀雨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 곡우 이후에 수확한 차를 우후차雨後茶라고 부릅니다. 우전차는 이른 봄 가장 먼저 딴 찻잎으로 만든 차라 하여 첫물차라고도 하며 은은하고 순한 맛이 특징입니다. 보통 찻잎의 채취는 입하 전후에 이루어지지만 여린 찻잎을 가공해 만든 우전차는 차나무 특유의 풋풋한 향기로 봄이 왔음을 알려주어 계절의 상징이라 불립니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생산량이 적어 매우 귀한 고급차이며 최근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날씨가 따뜻해져 녹차의 잎도 빨리 싹트기에 따는 시간이 빨라졌다고 합니다.


 또한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남까지 올라와 서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히는데 이때 잡히는 조기를 ‘곡우사리(곡우살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 조기는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전국의 수많은 어선들이 몰려오며 전남 영광의 한식사리, 입하사리 때보다 알이 많이 들어있고 맛이 좋아 가장 으뜸으로 친다고 전해집니다.


 과거 농경사회가 중심이었던 우리나라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일조량, 강수량, 기온을 예측해 만든 24절기를 통해 15일을 생활 패턴으로 삼았고 농사를 지었습니다. 지금은 이상 기후로 인하여 겪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지만 우리는 여전히 1년 4계절을 경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농사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24절기, 현명하게 잘 활용하여 더 유쾌하고 조금 더 건강한 1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