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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3-01 15:06 조회4,11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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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전에 읽었던 책,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 등을 다시 한 번 본 적이 있는가?
최근, 20대에 읽었던 책이 문득 눈에 들어와 다시 한 번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본 적이 있다. 몇십 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본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은 이전에 내가 느꼈던 것과 달랐다. 당연한 이치리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지금보다 몇십 년이 지난 후 또다시 그 책을 읽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감상이 나를 기다릴지 궁금해진다.
사람은 변한다. 내면적으로나 외형적으로나. 그 무엇이든 변하기 마련이다. 나는 나일 뿐이나 나의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사실 나는 아직도 지금의 내 나이가 낯설다. 어느덧 다 큰 성인이 된 자녀를 둘 만큼 나이를 먹었으나, 여전히 혈기왕성할 때의 젊은 청년인 것만 같다.
스무 살, 나이로는 성인이었으나 미성년과 성년 사이 그 어색한 과도기를 지나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며 이리저리 살아오다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던 나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버린 내가 어느덧 거울 속에 있다. 몇 십 년 만에 읽어본 책은 다시 나를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면서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세월이 흘러 변한 것이 당연하면서도 무언가 어색하니 이상하고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그래, 세상에 고정불변인 것은 없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콘크리트 건물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부식되어 가듯이. 영원히 클 것만 같던 아버지의 등이 어느덧 내가 감쌌을 때 나의 한 품에 쏙 들어올 만큼 작아지듯이. 그래, 세월은 흐른다.
사람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현재를 산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로 가고 싶다 해서 미래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누구나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만을 살 수 있다.
그런 현재의 모든 순간, 순간들이 모여 나의 과거와 미래가 된다. 지금 나의 이 순간이 훗날 내가 그리워하며 추억할 수 있는 과거가 될 수 있고 내가 현재 내리는 결정과 판단이 나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란 ‘과거’와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삶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 얻을 건 얻고 버릴 건 버려가며 자신을 성장시키나,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상황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 이러한 상황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세상과 타인을 원망하며 받아들이는 것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현재를 피할 수는 없다. 현재가 좋든 싫든 현재를 살 수 밖에 없으니 이왕 살아야 한다면 좀 더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즐겁게 현실을 마주하자. 지나간 시간은 다시 현재가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아, 그때 내가 마냥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걸’ 혹은 ‘이러지 말고 저랬으면 지금 나의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등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게 지금을 살자. 그렇게 현재에 충실하다보면, 과거 속 후회가 남았던 순간과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거와는 달리 좀 더 성숙한 답을 내릴 수 있는 내가 되어있지 않겠는가.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시간인건 맞으나,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고자 또 성숙하고도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현재에 충실하란 것은 아니다. 어차피 살아야 되는 순간이라면 좀 더 긍정적으로, 즐겁게 마주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나도 그 누구도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는 없다. 본인이 느끼고 깨달은 바가 있어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나는 그저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순간의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으며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