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에 담긴 이야기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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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5-27 12:08 조회3,75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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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어느 마을에 한평생 ‘고맙습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길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악수를 청하며 “고맙습니다.”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람에게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현상을 보고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바람님, 고맙습니다.”하고, 비가 오면 “비님,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며, 꽃이 피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줘서 고맙습니다.”
낙엽을 보아도 “곱게 물든 낙엽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잎사귀가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를 올려다보면서 “한겨울을 무사히 보낼 준비를 해주니 정말 고맙습니다.”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의아심을 가지게 되었다. “뭐가 그리도 고맙다는 것이지. 위선자가 틀림없어. 어떻게 매사를 고마워할 수 있어.” 사람들은 그를 위선자라 하였다.
장마철이 되었다. 그가 사는 마을에 10일간 내내 비가 쏟아졌다. 1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내리니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못할 뿐 아니라 과일은 떨어지고 빨래도 말릴 수 없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찾아가 물었다. “비가 이렇게 10일 동안 내내 내리니 자네 기분이 어떠한가?” 그러자 그는 평온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고맙고 비가 고맙죠. 정말 고맙습니다.” 덤덤한 그의 말에 사람들은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세상에 비가 10일간 내내 내리는 통에 농작물과 과일은 떨어지고 집에 곰팡이가 피고 빨래도 말릴 수 없어 눅눅한데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엇이 고맙다는 말인가?”
그는 빙그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10일 동안 비가 왔으니 고맙지요. 10일씩 내릴 비가 하루 만에 다 퍼부었다면 우리 마을이 어찌 되었겠어요? 저 많은 비가 그래도 10일 동안 골고루 내려주니 고마울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