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야기 | 박새(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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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10-05 14:21 조회3,92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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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박새 무리를 만났다. 박새, 쇠박새, 오목눈이들이 한데 어울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분주히 나무사이를 훑으며 앞을
지나갔다. 가지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먹이를 찾는 모양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과일 같았다. 무리 속 몇몇 어린 새들은 제
딴에는 어른인냥 여유를 부리지만 잎사귀를 뒤집는 행동이 아직은 서툴기만 하다. 출근길에서 보는 풍경이 오늘도 어제처럼
재생된다.
박새과科에 속하는 조류는 대체로 작고 튼튼한 부리를 지녔으며 꼬리는 짧다. 크기는 10-20cm 정도이며 곤충류를 주된 먹이로 삼지만 겨울철에는 씨앗도 취식한다. 번식기에는 세력권을 지녀 타 개체 혹은 종의 접근을 막지만 번식이 끝나면 다른 개체들과 어울려 혼성군을 이룬다. 전 세계적으로 박새과에는 50여 종種의 조류가 기록되어 있으며 이들 중 박새(Parus major), 북방쇠박새(P. montanus), 쇠박새(P. palustris), 곤줄박이(P. varius), 진박새(P. ater) 등 총 5종이 국내에 서식한
다.
국내에 서식하는 박새과의 조류는 철 따라 이동하지 않고 사계절을 한 곳에서 지내는 텃새이며 서해안 외딴 섬에서 지리산 노고단까지 전국에 걸쳐 흔히 분포한다. 곤줄박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의 일부 지방에 국한되어 분포하는 반면 박새와 쇠박새 그리고 진박새는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넓게 분포한다. 다만 진박새의 경우 쇠박새와 박새보다 분포권이 다소북쪽이며 서식하는 환경 또한 활엽수림 및 혼효림에 주로 서식하는 다른 박새류와는 달리 침염수림을 선호하는 편이다.
박새과의 조류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조류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연구 사업”에 이들의 번식생태에 관한 장기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박새과 조류에 대한 연구가 세계 도처에서 많이 진행되는 까닭은 이들이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넓게 그리고 흔하게 분포하는 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만들어준 인공새집이나 마을 주변에서 쉽게 둥지를 틀 만큼 경계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새과의 조류가 콘크리트 담이나 축대 사이에 난 틈이나 전봇대 구멍 등 인가 주변에서 흔히 번식하는 탓에 누구나 한번쯤은 이들과 그냥 스쳐 지나는 인연 이상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이들과 많은 추억이 있다. 한때 진행했던 기후변화와 관련 생태
계 모니터링 연구 사업의 대상종이 곤줄박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어릴 때 박새에 지은 잘못과 깨달음 때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5, 6학년 시절로 기억한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골목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노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였다. 빠른 움직임이 휙~하고 시야를 지나갔다. 찰라같은 시간인 탓에 착각으로 여겨질 만도 했
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놀이를 멈추고 단숨에 움직임이 지나갔던 담벼락 위에 올랐다. 곧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작은 구멍 사이로 난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숨이 멎는 듯 했다. 곧장 아래로 뛰어 내려와 큰
돌을 주워 다시 올라 우선 구멍을 막고 집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공구함을 뒤져 드라이버를 챙겨 다시 담 위에 올랐다. 그러
곤 내 손이 들어갈 만큼 넓히기 위해 구멍 주변을 헐기 시작했다. 주인 할머니가 나오셔서 담 무너진다고 야단치시는 바람에
작업은 잠시 멈췄지만 할머니가 부재중인 틈을 타 다시 속행되었다. 결국 망치까지 동원한 작업 끝에 시멘트 먼지를 온통 뒤
집어 쓴 어미새를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눈동자의 주인은 박새였다!!!. 어미새 아래에 웅크려 있던 갓 태어난 새끼들까지 끄
집어 낸 후에야 마치 식욕을 채운 맹수가 발톱을 넣듯 새들을다시 둥지 속으로 넣어주고 내려 왔다. 그날 밤은 잠이 오질 않
았다.
다음날부터 학교를 오고가고 하는 동안 매일같이 할머니의 쓴소리를 뒤로하고 담위에 올라 새끼를 끄집어 내어 만지작 거리거나 먹이를 주곤 했다. 새끼들이 내는 “지지 지지지짓” 하며 우는 소리(begging call)가 들리면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둥지에 들어온 신호이므로 달려가 구멍을 막고 서는 어미를 꺼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