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 우리 아이는 어떤 식물? - 호스타 Day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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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8-31 21:34 조회3,99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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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어떤 식물?
호스타 Daylily
오해와 착각 사이
아기가 태어나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아빠는 깜짝깜짝 놀랍니다.
“샀다. 샀어!”
“이것 봐, 숟가락을 집었어.”
“책을 보고 웃고 있네.”
“와! 엄마라고 불렀어.”
엄마, 아빠는 이런 아기의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대견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 속에서 뭔가 특별함을 찾아내고자 부단히 노력하지요.
“혹시 우리 아이는 천재 아닐까?”
“맞아, 안 그래도 다른 애들이랑 좀 다른 것 같아.”
하지만 이렇게 주위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던 아이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커 가면서 서서히 엄마, 아빠를 실망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다른 애들보다 좀 늦는 것 같아.”
‘일부러 말을 안 듣는 걸까? 아니면 못 알아듣는 걸까?’
‘아무리 혼내고 주의를 줘도 왜 이리 똑같지?’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집중을 못 하고 산만한 걸까?’
한번 시작된 엄마, 아빠의 걱정은 끝이 없습니다. 이것도 맘에 안 들고, 저것도 맘에 안 듭니다. 결국 칭찬보다 꾸중이 많아지고, 아이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위축도어 갑니다. 때로는 정말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하기도 합니다.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른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날, 나무가 만들어 준 시원한 그늘 아래에 가면 호스타 무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호스타(Hosta)는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인 호스트를 기리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한 식물만 뜻하기보다는 백합과 비비추속의 식물들을 통틀어 부를 때 쓰곤 합니다. 호스타 스위티(Hosta 'Sweetie'), 호스타 안티옥(Hosta 'Antioch'), 호스타 카니발(Hosta 'Carnival')처럼 말이죠. 호스타 뒤에 붙은 이름들은 모두 품종명입니다.
비비추속에 속한 식물로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비비추와 옥잠화입니다. 두 식물은 속명이 같으므로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존재입니다. 비비추(Hosta longipes)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과 일본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보라색 꽃을 피웁니다. 반면에 옥잠화(Hosta plantaginea)는 중국이 고향인 원예식물로 흰색 꽃을 피우며 비비추보다 잎이 넓고 잎의 무늬가 훨씬 깊습니다. 모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태어난 환경 자체가 다르지요.
하지만 비비추나 옥잠화나 ‘호스타’란 이름 아래에선 한 가족입니다. 두 종류 다 무리를 지어 자라며 그늘진 곳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호스타를 키울 때는 실내보다는 바깥을 택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건조한 곳보다는 나무 그늘처럼 햇빛이 잘 안 드는 반그늘의 습한 곳을 택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식물계의 엄친아
한없이 깊어 보이는 녹색 잎에 새하얀 혹은 옅은 보라색의 꽃을 피운 호스타는 뜨거운 여름날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휴식을 가져다줍니다. 녹색 잎이 전해 주는 시원함에 순백한 꽃의 정취까지 이 식물은 어는 누구의 시선 하나도 허투루 지나쳐 버리게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매력 넘치는 호스타에게 관엽(觀葉)식물이라는 재미없는 이름을 붙여 줍니다.
고무나무나 산세비에리아를 비롯해 다른 많은 식물에게 그랬듯이 ‘실내나 정원에서 키우는 잎이 보기 좋은 식물’로 규정 지어 버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호스타는 ‘관엽식물’이라는 자신의 카테고리에 만족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굳이 자신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한다면 관엽식물보다는 ‘관엽관화식물’이라고 불리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잎이 주는 매력만큼이나 꽃이 주는 매력 또한 너무나 크니까요.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곡선에 입체감이 느껴지는 곡선에 입체감이 느껴지는 주름 잡힌 잎. 그늘에서는 다소곳이 수줍어 보이지만 햇살 아래에서는 화려하고 눈부신 꽃, 그야말로 어느 한 곳 부족한 데 없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호스타처럼 잎도 아름답고 꽃도 아름다운 식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몇 년을 함께 살아도 도대체 어떤 꽃이 피는지, 아니 꽃이 피는지조차 모르는 식물이 수두룩합니다. 봄 한때 예쁜 꽃으로 우리를 황홀하게 만들지만, 꽃이 지고 나면 일 년 내내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식물도 한두 종류가 아닙니다. 잎도 보기 좋고, 꽃도 보기 좋은 호스타 같은 식물은 식물 세계에서 그야말로 ‘엄친아’ 같은 존재일는지 모릅니다.
성질대로 성질에 맞게!
문득 우리 아이들이 모습 또한 이 식물들과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는 분명 자신만이 가지고 태어난 고유의 성질이 있습니다. 산세비에리아처럼 두툼한 잎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사랑초처럼 하늘하늘한 줄기를 갖고 태어난 아이도 있고, 백합처럼 홀로 화려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수국처럼 함께 있을 때 아름다운 아이도 있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 아빠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아이가 도대체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것입니다. 산세비에리아처럼 튼튼한 아이인지, 수국처럼 조화로운 아이인지 꾸준히 지켜보는 거지요.
이것만 알면 그다음은 아주 쉬울 것 같습니다. 식물에게도 각각의 성질에 맞는 재배법이 있듯이 각 아이의 성질에 맞게 대해 주면 됩니다. 자신에게 맞는 대우를 받았을 때 무럭무럭 자라나지 않을까요? 이것이야말로 진정 생명을 키우는 자만이 느껴 볼 수 있는 짜릿한 희열이자 묘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