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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결실(結實)의 계절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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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8-31 21:25 조회3,5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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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結實)의 계절에 서서

 

현재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생의 최고 에이스

 

결실의 계절 가을, 뜨겁던 여름이 어느새 시원한 가을에 자리를 내주니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케 된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데 과연 나는 무엇을 뿌렸으며 얼마나 김을 맸나 돌아보며 누군가 이게 최선이야?’라던 말이 귓가에 맴돌며 고개 숙이게 된다.

 

누님과 매형은 봄부터 과수 농사를 하여 갖가지 과실을 거두었다. 역대 최장의 오랜 장마를 겪은 지난해보다 훨씬 맛있었던 올해 복숭아 맛이 입가에 감돈다. 농약을 치지 않아 청정한 과일을 가까운 이들에게 줄 수 있음에 감사하던 두 분의 환한 미소도 눈에 선하다.

 

누구나 원하는 결실을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피땀 흘리며 부지런히 노력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반면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처음 생각과 달리 상응하는 노력을 하기도 쉽지만 않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주목할 점은 결과만큼 과정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시점의 결과만으로 그 이전의 노력을 100% 평가할 수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노력만 만큼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을 했어도 꼭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결실을 반드시 거두는 것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운에 맡기고 대강 일을 처리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일도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임을 스스로 인정할 때 후회가 없기에 일거수일투족을 정성스럽게 해야 한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칭찬을 받은 선수들이 많았던 것은 최선을 다한데 대해 대중들이 인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후원 관련 업무를 하면서 새삼 나눔의 미학을 새기게 된다. 자신의 노력에 따른 결실을 이웃과 아낌없이 나누는 일은 행복을 두 배로 배가시킨다. 얼마전 불교방송에 후원금을 희사한 A스님 이야기다. 어렵게 시내에 포교당을 세우고 빌딩까지 관리하게 된 스님은 오래 전부터 방송포교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소액이나마 실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겸손해 하셨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미뤘던 숙제를 서둘러 해야겠다는 마음에 곳곳에 훈훈한 후원의 마음을 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십시일반 나누는 이들은 한결같이 환한 미소를 보여주신다는 점에서 반갑고 희망적이다. 받는 것도 행복하지만 베푸는 것은 더 행복하다는 말을 증명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분들에게서는 무슨 보상을 받고 싶다는 마음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과에 연연하는 마음도 없다. 그야말로 행복이 어디 멀리가 아닌 바로 여기에 가득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흔히 잘 모르거나 부족한 근거를 가지고 내린 판단을 꼭 옳다고 믿는 경향이 적지 않다. 불교 입장에서 보면 우리들 각자의 판단은 부처님 같은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지 못한 중생의 식견, 분별지(分別智)이다. 그래서 언제든 잘못이나 부족한 것은 없는지 반성을 해야만 새롭게 바라보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반면 무조건 옳다고 믿고 자만을 하면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가르침처럼 현재 하는 일에서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는 우리 인생의 에이스이다. 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에이스로서 하루하루 정진하는 우리는 먼 미래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지혜롭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두의 도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