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기 | 말차(末茶)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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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5-13 15:16 조회4,33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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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末茶)에 대해
말차란, 녹차의 분류로서 시루에서 녹차 잎을 말려 간 가루를 의미하고 가루차 내지 분말차(粉末茶인)인 것을 줄여서 말차(末茶)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차를 녹차와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차는 일반 녹차와 달리 천으로 햇빛을 막아(차광) 재배된 녹차를 증기에 쪄서 건조시킨 다음 잎맥을 제거하고 멧돌에 갈아 미세한 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이렇듯 녹차와 말차는 근본적으로 같은 녹차 잎 이지만 제조과정에서 그 종류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말차를 일본 사람들이 많이 마시기 때문에 일본에서 유래한 차이거나 일본차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송나라 때의 음차법(飮茶法)이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이후 중국에서 말차를 마시는 문화가 점점 사라져간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크게 발전되었기에 오해가 퍼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찻잎을 모아 덩어리로 빚은 후 갈아서 차를 마셨으며 조선 초기까지 우리의 차 문화는 말차 위주였다가 조선 중엽부터 차가 민간에서 크게 대중화 되면서 전차를 일반적으로 마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말차(末茶)라 하고 일본에서는 말차(抹茶)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말차의 종류에는 농차(濃茶)와 박차(搏茶)가 있는데 농차는 거품을 내지 않고 진하게 타는 차를 말하며 박차는 커피의 카푸치노처럼 거품을 많이 내어 부드럽게 해서 마시는 차를 말합니다. 다도에서는 주로 박차로 마시는 경우가 많아 말차 마시는 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말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우선 다완과 대나무로 만든 솔(차선)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완(차사발)에 준비한 뜨거운 물을 부어 데운 후, 물은 버리고 마른 행주(다건)으로 닦아 냅니다. 그리고 차시(차숟가락)를 이용하여 가루를 떠서 다완에 말차를 1번 반이나 모지라는 듯한 2번을 넣고 차시로 다완 밑바닥에 소복이 쌓여있는 가루를 살짝 누르지 않고 헤치듯이 부스려 줍니다. 이는 뜨거운 물을 넣을 때, 가루가 펼쳐져 있을수록 나중에 거품을 낼 때 덩어리지는 것이 적기 때문입니다. 바닥에 가라앉혀 둔 차가루에 살짝 김만 가신 뜨거운 물을 다완 측면을 이용하여 조심조심 그리고 천천히 붓습니다. 차와 물의 양은 개인의 입맛에 따라 조절합니다. 이어서 차선(대나무로 된 거품을 내는 다구)을 사용하는데 왼손으로 다완을 누르듯 감싸 잡고 오른손으로 차선을 들고 유화(차 거품)가 잘 일어나도록 젓습니다.
처음 솔로 물을 저을 때 솔 끝으로 차 바닥의 차를 살짝 풀어준 후, 엄지와 검지 중지로 솔의 손잡이를 잡고 빠르게 왕복시켜서(전후로) 적당하게 거품을 냅니다. 거품이 미세하게 가라앉은 뒤 마시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를 나눠 마실 때는 각자의 찻잔에 차를 부어 마시지만 말차의 경우 3~4명이 마실 때는 둘러앉아서 넓적한 사발에 있는 말차를 돌려 마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기를 돌려 마실 때는 자신이 마신 부분에서 살짝 돌려 넘겨주고 원치 않으면 찻잔에 나누어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간혹 말차를 그다지 마셔보지 못한 분들 중에 풀냄새가 심하다라는 분도 계시지만 초보자인 경우에는 달달한 다식을 먼저 먹고 난 후 혀에 단맛이 남아있을 때 마시면 차의 고유한 맛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찻잎에서 건강에 유익한 것들을 얻으려면 찻잎을 온전히 마시는 말차가 가장 좋습니다. 말차는 잎사귀 분말을 그대로 물에 타마시기 때문에 찻잎이 지닌 영양소 100% 그대로 섭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섬유질 또한 놓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약리적 효과가 그만큼 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차의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다른 형태의 차에 비해 보관을 잘못하면 변질되기가 쉽습니다. 좋은 말차 일수록 파릇파릇한 녹색 빛이 밝게 빛나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 변질될 경우 갈색 빛이 되거나 올리브색이 됩니다. 이 경우 변질된 것이니 아깝다고 마시지 마시고 즉시 버리는 게 좋습니다.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거나 개봉 후에는 빠르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말차가 최근 세계인의 건강 식재로 주목받고 있는데 카페인은 일반 녹차보다 적으면서 풍부한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다이어트 식품에 주로 쓰는 L-테아닌, 유해산소 예방에 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 등 건강에 이로운 성분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품을 내어 마시는 정통 말차 외에도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명 기성제품의 차의 초록색이 진하게 나타난 먹을거리는 거의 대부분 말차가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먹기 좋게 가공한 형태로 시중에 판매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이 오기 전 5월은 차를 마시기 좋은 달입니다. 봄날의 따뜻한 햇살 맞으며 걷다가 잠깐 쉬면서 내 몸에 좋은 차나 내게 맞는 차보다는 한번쯤은 새로운 차나 집에 두고도 마셔보지 못했던 차를 마셔보는 여유를 가져보신다면 지금의 제약이 많은 우리 생활이 조금은 덜 답답하시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