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선성취 | 여섯 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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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5-13 15:14 조회3,85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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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계절
단음사로 발령받아 온지 여섯 번째 계절이 되었다. 우리가 사는 곳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계절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단음사가 있는 영천은 내륙지역이라 일교차가 크고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영천은 포도, 복숭아, 자두, 살구 등 과실 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봄에는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가 영천이다.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은 다르다. 작년 봄에는 꽃이 피는 시기에 날씨가 추워 서리가 자주 내려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봄은 춥지 않아 농사가 작년보다는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하루, 한달, 한해, 일생, 다음생 이렇게 계속해서 반복된 삶을 산다. 하지만 그 반복되는 삶이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계속 변화해 가기 때문이다. 더 나은 쪽으로 변하기도 하고, 안좋은 방향으로 변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변화해 가는 것을 무상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무상이라는 말을 허무하다는 말로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고, 늙고, 병들고, 꽃이 지는 것을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젊은 때는 젊음의 아름다움이 있고, 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이가 들면 성숙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 나이에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꽃은 아름다울 때 봐야 한다. 꽃이 지고나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그래서 꽃은 볼 수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울 때 봐야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의 오늘이 가장 아름다움 모습이다. 내일이면 오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부모님에게 잘 해야 한다.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르기 때문에 오늘 어떻게 사는냐에 따라 내일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다음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윤회를 거듭하면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생의 나와 다음생의 나는 다른 존재다. 이번 생에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음 생은 변화된 나로 살 수 있게 된다.
윤회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하나는 환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재생이다. 환생은 다음 생에 다시 같은 나로 태어나는 것이다. 환생의 개념은 부처님께서 인도에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개념이다. 인도에서는 불변하는 자아인 아트만이 윤회하며 그 아트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생에도 다시 같은 ‘나’로 환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나’라는 존재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변화하며 다음생도 현생에 삶의 결과에 따라 현생의 ‘나’와 다른 존재로 재생하므로 불변의 실체인 아트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를 말씀하셨다.
지금 단음사에 꽃이 피어 있다. 복숭아꽃, 매실꽃, 앵두꽃, 모과꽃 등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고 또 앞으로도 필 것이다. 그리고 그 꽃잎 속에는 온 우주의 변화가 들어있다.
위산 스님는 위산경책에서 “一生空過 後悔難追 일생을 헛되게 지내고 나면, 뒤에 후회해야 쫓기 어렵다.”고 하셨다. 일생을 살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무상’이고 ‘무아’이기 때문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