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 아날로그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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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5-13 15:12 조회4,06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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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시대에 느꼈던 옛스러운 감성을 아날로그 감성이라 한다.
요즘 집 안, 밖 그 어느 곳에서든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하나같이 손바닥만 한 검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숙이고들 있다. 이는 혼자 있을 때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만난 첫 순간의 반가운 인사가 끝나고 나면 각자 자신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며 좀 더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는 등의 인사를 나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함께 있었으나 오가는 대화 한마디 없이 각자 핸드폰을 봤다. 그럼에도 좀 더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니...
함께 있지만 함께 하고 있지 않은 상황. 이런 만남의 형태가 된 건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인터넷, 전자기기 등이 발달되면서라고 생각한다. 굳이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더라도 이미 핸드폰 속 메신저나 SNS 등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어도 상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는 것이다. 이런 현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오프라인으로만 서로 소통하던 옛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날로그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것, 또는 생활의 불편함을 떠올리기도 한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졌는데 왜 굳이 불편했던 그 시절을 동경하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나에게 있어 아날로그 감성이란 시대가 발전하지 않아 겪었던 불편함보다 나의 주위 사람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었던, 그래서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게끔 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그래서 컴퓨터나 개인 핸드폰이 없었던 그 시절에는 수첩에 지인의 연락처를 적어 품에 지니고 다니며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 상대와 통화를 하곤 했고, 또 직접 전하기 어려운 말은 편지에 적어 보내기도 하였다.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거리도 많이 없었기에 친구를 만나 노는 것 또한 일상이었다.
앞서 말한 주위 사람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 이란 건 누군가와 만나거나 연락할 때 서로에게만 집중했었다는 의미이다. 즉, 지금처럼 바로바로 상대와 연락이 닿고 언제든 약속을 잡아 만날 수 있다 해도 실제로 만나서는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와 통화하기 위해 집 주위 공중전화를 찾아다녔던 그 시간, 그리고 나의 생각과 마음을 편지에 적던 그 시간 등 상대만을 위해 온전히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또 실제로 만났을 때도 상대와 나의 시간을 방해할 물건(핸드폰)이 없으니 온전히 서로에게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나와 상대를 이어주기 위한 매개체인, 즉 수단과 방법일 뿐이었던 핸드폰이 현 시대에 와서는 역설적이게도 나와 상대를 단절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사람도 자신의 발명품이 많은 사람을 죽이는 전쟁터에서 사용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핸드폰을 만들어낸 사람 또한 주위 사람과 좀 더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주목적이었겠지만 오히려 진정한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만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이 생각한 목적에 따라 사용하면 좋겠지만 저마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므로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을 이루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이어져 오는 것이리라.
어찌 됐던 시대의 발전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상당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자명한 일이나, 본인과 주위 사람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아날로그 감성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는 것이 좀 더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시대적 발전을 이루어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