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인연연기의 세상에서 제대로 주고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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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3-01 15:13 조회3,97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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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연기의 세상에서 제대로 주고받기
새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불안과 생존의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봄이면 황사나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든 날들이 많아 불평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니 말이다.
우리 인간에게 어디 피할 안전한 곳이 있을까. 물론 백신이 개발되면 나아지겠지만 그 후는 또 어떨 것인가를 생각하면 안심하기 이르다. 특단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인간과 환경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류는 눈부신 문명발달을 이루어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집단적 어리석음에서 비롯한 문명발달에 따르는 환경파괴 등 각종 폐해를 되돌려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이 별개로 독립해 있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또 ‘자연자원은 무한하다’고 의심치 않았던 주류경제학의 기본전제도 폐기해야 한다. 덧붙여 ‘모든 것은 상호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인연연기법(因緣緣起法)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인과법(因果法)의 진실에 깊이 눈떠야 한다.
만물이 어우러진 세상에는 언제나 주고받음이 일어난다. 인간과 자연 사이는 물론이고 인간과 인간 사이, 그리고 한 개인의 존재 차원에서도 주고받음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삶을 유지하는 것은 인연연기와 인과법 덕분이다. 몸 밖에 있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지 않으면 얼마 버틸 수 없으며, 밥도 먹고 배설도 해야 한다.
주목할 것은 인간의 삶이 자연과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내뱉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에게 유용하고 식물이 배출하는 산소는 인간에게 유용하며, 우리의 배설물은 자연에 거름이 된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곧 자연이다.
하지만 아직도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국제협약도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나라가 앞서 깨고 나설 정도니 어찌할 것인가.
지나친 개발과 환경파괴라는 행위가 원인이 되어 인간을 위협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게 된 점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런 경우에는 인과법이 선인낙과(善因樂果)가 아닌 악인고과(惡因苦果)로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주거니 받거니 하게 돼 있는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연을 인간 본위로 이용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명백한 진실을 외면하는 일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늘 자신보다 먼저 상대방의 변화를 요구하는데서 나타난다. 당신이 바꾸어야 나도 바꾸겠다는 사고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어차피 주고받는 구조라면 제대로 주는 받는 방식이면 좋겠다. 좋은 원인을 지어야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법이므로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하기보다 내가 먼저 선의를 베푸는 쪽으로 사고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은혜를 입고도 갚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는 은혜를 입으면 갚으려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이제 우리는 인연연기의 인과법, 부처님 가르침이 우리 삶 속으로 깊이 스며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안녕을 위한 씨앗이 되어 아름다운 세계일화(世界一花)의 꽃향기를 두루 발산하기를 서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