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바루기 | 관정 灌頂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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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2-02 12:59 조회4,46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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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정 灌頂 ②
관정은 밀교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그것은 스승인 아사리에 의해 소정의 수행을 쌓은 제자에게 수여되며, 이로써 제자는 밀교 전법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면허개전免許皆傳 스승이 깊은 뜻을 모두 제자弟子에게 전傳해 줌으로, 입문의례로 간주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이 의례의 본질은 알기 어렵다.
관정이란 제자를 부처로 만드는 의례이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부처가 되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해주는 의례이다. 원래 불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인 동시에 ‘부처가 되기 위한 가르침’이다. 부처가 되는 것은 모든 불교의 공통된 목표일 뿐 밀교의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밀교에서는 그것을 의례의 형태를 취하여, 본인 및 주위의 사람에게 분명히 알려주는 데 특징이 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만다라이다. 만다라는 부처의 세계를 그린 것인데, 이 경우의 부처라는 것은, 제자가 되어야(이루어야) 할 부처를 말하는 것이다. 만다라는 제자가 장차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을 때 보이는 세계의 모습으로, 그것을 미리 나타낸 것이다.
관정은 복잡한 의식이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나타내면, 제자와 만다라의 만남, 부처의 지혜를 획득, 부처로서의 재생再生 새로 태어남, 그리고 부처로서의 활동이 된다.
먼저 제자는 눈을 가린 채 만다라 앞에 인도되어 손에 쥔 꽃을 만다라에 던진다. 그 떨어진 곳에 있는 부처가 제자의 수호 본존이 된다. 이것을 투화득불投華得佛이라고 한다. 수호본존은 제자를 부처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눈가리개를 풀어낸 제자는 비로소 만다라를 눈 앞에 두고 스승으로부터 그 설명을 듣는다.
부처님의 지혜의 획득은 곧 깨달음이 된다.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처의 지혜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에서는 이 지혜가 물로 상징된다. 스승이 제자의 머리에 물을 독(항아리)으로 부어(뿌려)준다. 관정이라는 의식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으며, 의식의 핵심 부분이다.
부처의 지혜를 갖춘 제자는 부처다운 도구와 의상을 갖춰 명실상부한 부처님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부처님이 되어(부처님을 본받아) 법을 설파한다.
관정의 이런 과정은 불상의 완성식完成式에서도 이루어진다. 관정이 제자라는 한 인간을 부처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상의 완성식에서는 나무나 금속으로 만든 상, 혹은 회화의 상이 부처로 거듭난다. 이때도 만다라를 사용하여 그 중앙에는 상으로 표현된 부처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여기서도 만다라는 다시 태어나야 할 부처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