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담긴 힘은 실로 대단하다. 예를 들어 주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내용의 TV 속 광고를 보았을 때 우리는 이미 비슷한 내용의 광고를 수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동일한 주제라 하더라도 하나의 인물과 그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광고 내용이 바뀐다면 우리의 태도와 감상은 이전과 같을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몰입하게 하고 이야기 속 인물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해야 하는 광고 등의 경우 스토리의 유·무가 큰 차이를 가져올 수있다.

또 하나의 다른 예를 들어보자. 몇 해 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언니들의 슬램덩크’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당시 방

영되던 내용은 각자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다른 멤버들과 다 같이 도전해보는 것이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인 가수에 재도전장을 내밀었고 이후 다 함께 앨범을 만들어 최종적으로는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까지 서게 됐다. 이 모든 과정(앨범 만들기, 안무 구성, 뮤직비디오 제작 등)을 한 회, 한 회 구성하여 방영했었고, 그때 이들의 노래는 무려 1위에 오르기까지했다. 나는 이 1위의 이유가 비단 그들이 인기연예인이라서 혹은 다른 가수들의 앨범과 비교하여 뛰어나게 노래가 좋아서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가수의 꿈을 꾸며 고생했던 일들, 노력했으나 결국 이루지 못했던 꿈, 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번 기회,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서 운다거나 하는 준비과정 속에서의 힘들었던 일 등 완벽한 최종무대 속에 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알기에 그 이야기 속에서 저마다의 비슷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들을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합쳐져 1위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다른 가수들 또한 어디 이런 저마다의 이야기가 없겠는가? 그럼에도 이들이 1위를 한 것은 바로 그들의 그 이야기를 대중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평소 나만의 이야기(자신의 삶)에 빠져있는 우리들을 다른 이의 이야기(타인의 삶)에도 관심가지게 한다. 평소 우

리는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에 심취해 이야기에 나오는 엑스트라(자신 이외의 모든 것)가 어떻든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허나 그들도 그들이 주인공인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평소 역지사지의 입장을 잘 취하지 못하고 그저 내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스토리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현재의 내 삶,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또 이러한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되돌아보며 제 나름의 치유와 극복,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인지 매월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나로서는 이따금 ‘위드다르마’에 쓸 글을 타이핑하다 보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이 글 한 편에 나의 모든 생각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일부는 그렇다 생각하니 나의 생각이 다른 이에게 가감없이 보여지는 것이 쑥스러우면서도 또 내가 쓴 이 글이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작게라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부담스러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일방적이지 않다.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과 그 이야기를 보고 듣는 이를 연결시키고, 이야기를 접한 이로 하여금

어떠한 방향이든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그러한 반응들은 또다시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그렇기에 스토리는 일방적이지 않으며 양방향으로 순환한다. 스토리 즉 이야기는 나 아닌 다른 것을 되돌아보게 하고, 몰입하게 하며, 바라보는 대상에 자신을 투영시키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이야기만큼 타인을 보다 깊이 이해시키고 알리고자 하는바가 잘 전달되게 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이의 마음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또 그로써 다시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 어려운 일을 이야기 한 편이 해내는 것이니 스토리에 담긴 힘은 실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