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잊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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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7-06 22:53 조회3,54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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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것
“수행은 불보살님의 ‘영겁불망(永劫不忘)’을 닮아가는 길”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지구촌을 사는 우리들 인류의 삶과 생각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일상의 소소한 일들마저 어렵게 되면서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꼭 그럴 것이라거나 해야 한다고 믿었던 일들도 과연 그런지 하는 의문과 더불어 사실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반성도 일깨웠다.
코로나19는 인간 위주의 삶에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냈다고 할 수 있다. 문제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각자도생의 개인주의 윤리보다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공존공영의 공동체 윤리가 더 주목받게 된 것 같다. 이는 만물이 서로 의지하고 관계되어 존재한다는 연기(緣起)의 가르침에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구촌 가족들은 여전히 갖가지 시비를 떠나지 못한 채 갈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집스런 주의주장과 차별의식 등으로 아비규환이다. 코로나19도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못한 채 논란이 될 정도이다. 또 총론에서는 공감한다 해도 각론에 들어가서는 전혀 달라 진퇴양난인 경우도 다반사이다. 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 배출 줄이기도 각국 간 이해 충돌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 아닌가.
이러한 현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각자가 잘 안다고 착각하는 소위 무명(無明)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는 것을 되짚어 알 때 앎이 깊이를 더할 텐데 대부분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 이는 각자가 고집하거나 집착하는 대상인 ‘상’(相)에 매이는 것과도 연관된다. 옳다는 상에 머무는 한 전도망상(顚倒妄想)은 끝나지 않는다.
어렵사리 얻은 교훈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데도 원인이 있다. 교훈을 새겼더라도 마치 감각이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는 것처럼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마스크를 제대로 썼다면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교훈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스크 착용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나라에서는 대규모 유행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상황들은 우리에게 무엇이든 새롭게 바라보도록 요구한 코로나19의 교훈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의 교훈을 잊지 않는 일이 하나의 훌륭한 수행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기억이 우리의 바른 인식과 안락한 삶을 유지하는 의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 수행의 요체는 멈추고 관찰하는 지관(止觀)이지만, 기억하여 잊지 않는 정념(正念) 또한 중요한 수행의 하나였음은 우연이 아니다. 승가의 전통적인 공부가 경전 암송 등 외우기를 기본으로 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요즘 사회에서는 그런 전통마저 암기식 교육이라며 외우기 공부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지만 암기 능력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야 공부에 어떤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삼보(三寶)를 늘 잊지 않는 염불‧염법‧염승(念佛 念法 念僧)도 훌륭한 수행이 될 수 있다. 늘 부처님을 마음 속 깊이 생각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읽고 외우며, 승가와 더불어 열심히 정진하는 일은 곧 중생이 부처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불자의 첫 걸음은 삼보가 영원하고 안전한 귀의처임을 믿는 삼귀의에서 시작한다. 그러한 사실을 잊지 않는 마음자세가 ‘영겁불망(永劫不忘)’, 본래 서원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불보살님을 닮아 가는 출발이 되니, 우리 모두 그 길에서 서로서로 북돋아주는 도반(道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