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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 | 비움,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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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7-06 22:52 조회3,8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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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불자(佛子)라면, 아니 불자가 아니더라도 거의 웬만해서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일 것이다.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자유. 지금까지도 관련 책들이 스테디셀러(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잘 팔리는 책)인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우리는 비약적인 경제 성장기를 거쳐 오며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고 이러한 생각들은 자연스레 내 것, 즉 소유물에 대해 집착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어냈다. 이런 사회 풍조 속에서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누군가 내 뒷통수를 한 대 친 것과 같은 그런 얼얼한 놀라움을 선사했다. 비단 이는 나뿐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니 지금껏 무소유 관련 책들이 스테디셀러인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 나는 이렇게 위드다르마에 실릴 글을 쓰기 전과 같이 무언가 집중해야 될 일을 하기 전에 가만히 자리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곤 한다. 그러다 보면 또 어느샌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것이 대부분 내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이다 보니 어디보자. 저게 나한테 꼭 필요한 것이던가?’와 같은 생각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알게 된 이후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않았고 사실 이전에도 물건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집에 있던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다수 버리는 것과 같은 그런 극적인 변화는 없었으나 때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찾아 버리게 된 것이 나에게 생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이런 것도 유전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기는 하나 나의 자녀도 필요 이상 소유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렇다 보니 명품이라든가 유명한 상표를 잘 모르는 편이다. 아무튼 지금 나의 딸아이는 독립하여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집에 가보면 살림살이가 그렇게 단촐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집이 좁아 물건들을 놔둘 만한 곳이 없어 밖에 내놓다보니 더 복잡하고 물건이 많아 보이는데 나중에 좀 더 넓은 집에 살게 되면 정리 할 건 정리해서 눈에 보이는 건 큰 가구들만 있었으면 한단다.

 

나야 승으로서, 또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양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닦은 바에 따라 깨닫게 된 것이 많지만 가끔 이렇게 우리 딸아이의 얘기를 들어보거나 혹은 인터넷 등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짧은 글들을 보게 되면 일상을 살아가며 스스로들 세상의 이치나 이런저런 것들을 혼자 많이 깨닫고 깨우치는 것 같아 조금 놀라울 때가 있다. 딸아이도 나를 닮아, 또 집이 좁아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혼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소유하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본인이 그 물건에 끌려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후로는 정말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절에 살며 이것저것 보고 들은 게 있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결과인건지... 딸아이 얘기를 듣고 난 후 무소유 책의 한 부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법정스님은 선물 받은 고가의 난 2개를 키우고 있었고,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주어야 했으며 겨울에는 본인은 추워 벌벌 떨면서도 난 때문에 실내 온도를 높일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난 때문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것이고 이를 깨닫게 된 법정스님이 결국 난을 다시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다던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소유한다는 것은 무언가에 얽매이게 되는 것. 정말 그렇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것에 대해 적잖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나에게 차가 있다면 주차해 놨을 때 누가 지나가며 내 차를 긁지는 않을지 신경 쓰게 되고 자전거를 샀다면 밖에 놔뒀다 누가 훔쳐가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내가 마당에 과일나무를 키운다면 누가 지나가며 마음대로 과일을 따가지는 않을지 신경 쓰이게 되고.... 내 것이라 칭할 무언가가 있는 이상 더 이상 나에게 온전한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법정스님도 말씀하셨듯 무소유라 하여 그 무엇도 소유하지 말란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하니 말이다. 이 외에 그러니까 삶의 필수 요소 이상의 것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무소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그대들은 비움,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