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삶 속에서 회향되는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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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3-31 14:59 조회2,86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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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는 생활불교 실천하는 장”
봄기운 완연한 3월은 약동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불자로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셨다 가신 뜻을 되새길 수 있는 달이다. 음력 2월 8일 출가재일에서 2월 15일 열반재일 사이 1주일 가량이 더 그렇다. 올해는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이 지난 1월 열반에 들었기에 특별히 스님의 큰 뜻을 되새기는 시간도 되는 것 같다.
세계 4대 생불로 존경받던 틱낫한 스님과 숭산스님, 마하 고사난다 스님이 떠나시고 이제 달라이라마 한 분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세월의 무정함을 탓할 수만은 없을 테고, 선지식들의 유훈을 완성하는 일이 남아 있는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에 허허로운 마음을 다잡아 본다.
선지식들의 삶을 보면 기본에 충실하면서 응용에도 힘썼다는 생각이 든다.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널리 중생을 교화하며 무한한 방편을 베풀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틱낫한 스님의 경우 불교가 대중과 유리되지 않도록 일찍이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를 주창했고, 각자가 처한 현장을 떠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생활불교(Applied Buddhism)를 선양했다. 프랑스에 마련한 수행공동체 플럼 빌리지는 생활불교를 실천하고 전파하는 모범이 되었다.
틱낫한 스님은 대승불교권에서 출가하였으면서도 초기불교를 섭수하고 비교종교학 공부로 얻은 이웃종교의 가르침까지 활용하였다. 한 가지 가르침에 치우치기보다 응병여약(應病與藥)이 되도록 여러 가르침을 통합하여 상대방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소통했던 것이다. 필요하면 용어도 새로 개발해 사용했다.
필자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던 표현 중 하나가 ‘interbeing’이다. interbeing은 우리들 각자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개인, individual이 아니라 서로 의존되어 살아가는 연기적인 존재임을 표현한 말이다. 요즘 서구불교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용어 중 하나인 mindfulness(=정념正念)조차 알아차림, 마음챙김 등 여러 개가 쓰이지만 적절한 우리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볼 때 본받을 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과 더불어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만큼 한국불교도 곧 세계에 각광받을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 날을 위해 불교계도 어려운 한문투 위주의 불교용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든 쉬운 불교용어의 정립과 보급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대승과 소승, 선과 교, 그리고 현교와 밀교가 통섭된 우리의 통불교적인 전통을 널리 전파할 필요가 있다. 초심자들에게는 다양한 전통이 혼재돼 있어 헷갈린다는 불평도 있지만 중국의 교상판석(敎相判釋)처럼 가르침의 의미와 맥락을 제대로 분별하고 살필 수 있도록 하면 통불교 전통이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 통불교적인 전통은 공부할수록 자친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는 위험성을 줄이고 다른 입장도 능히 수용할 수 있는 진정한 대승으로 회향되게 할 것임을 믿는다.
한류가 왜 21세기에 와서야 세계인들에게 각광받는지 필자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하겠다. 다만 한 가지, 우리 사회가 참으로 역동적이어서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사고하고 거기서 나오는 자유로움과 창조력이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매력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추측해본다. 인종과 국적, 나이, 성별 등 각종 차별을 떠나 오로지 대중의 안락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우리 함께 역동적으로 펼쳐 나가는 불교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