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 불교의 중흥과 재가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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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3-31 13:34 조회2,99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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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불교는 재가불자들의 역할이 더욱 큽니다. 출가승에만 의지해서 불교를 바라보던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격리된 산중불교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되는 불교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진정한 출가정신이 퇴색하고 출가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은 지금의 시대는 부처님의 말씀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라야 합니다. 불교의 바른 이해를 통하여 ‘불교를 생활화하고 생활을 불교화’하도록 재가불자들이 더욱 노력 정진해야 합니다.
경전의 구성을 보면 대체로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됩니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부처님께서 어디어디에 계실 때 누구누구와 함께 하시며, ....’하는 식으로 경전이 서술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크게 기뻐하며 신수봉행(信受奉行)하였다.’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믿고 받아들여서 받들어 행하는 것을 ‘신수봉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불교는 여시아문한 사람은 많은데 참으로 신수봉행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실천을 하지 않는 것은 제대로 신수봉행을 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 지녀 잊지 않는다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실천한다는 뜻입니다.
재가신자들 뿐만 아니라 불교를 지도하고 가르치는 분들도 ‘여시아문’만 찾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신수봉행을 염두에 두고 실천에 힘써야 참다운 불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시아문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우리 불교계의 현실입니다.
불교의 근본이념과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면서 그것이 불교인 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혼자서 잘못 알고 있기나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다른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얕보기도 합니다. 자기가 제대로 몰라서 어려운 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줄은 모르고 듣는 사람이 근기가 옅다는 둥, 하근기(下根機)라는 둥 하면서 무시합니다. 우리나라 불교는 이것이 탈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처럼 부처님 말씀은 그렇게 어려운 말씀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셨고 또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말씀을 잘 이해했습니다. 단지 부처님 말씀이 한문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어려운 용어가 생기고 또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오해가 생겨 어려운 것으로 느껴지지만 잘 새겨들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말씀입니다. 이렇게 대중들과 가까운 불교가 어느 사이엔가 너무 멀어져 버렸습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할 부분입니다.
특히 불교를 이끌고 있는 많은 분들은 이러한 점을 명심하여 불교가 대중들과 좀 더 친숙해 질 수 있도록 불교의 현대화작업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산중 절이나 지키면서 입장료 수입에나 의존하며 하루하루 무위도식하다시피 살아가다가는 이 땅에서 어느 날 불교가 명맥을 다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불교는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타 종교인들의 득세 속에 이제는 어디 가서 불교도라는 명함도 내기가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불교도인 사람들도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기 싫어 자기가 불자인 것을 감추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되고부터 1500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신적 지주로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지난날의 불교역사를 생각할 때 이러한 현상은 참으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오직 지혜와 자비를 역설하는 불교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구시대의 유물처럼 전락해 버린다면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모든 불자들은 이러한 점을 각성하여 신심을 더욱 돈독히 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러한 노력을 통하여 불교를 널리 알림으로써 자비와 평화가 가득 찬 불국정토를 건설하는 것이 또한 우리 불자들의 책무입니다.
특히 재가불자 중심의 오늘날의 불교에서는 일반신도들의 불교에 대한 수준이 제고되어야 불교지도자들도 교학 면에서나 수행 면에서 더욱 노력정진하게 됩니다. 불자들이 기복에만 매달려 불상 앞에 절만하는 불교가 되어서는 진정한 불교의 발전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승직자들 또한 기복에만 의지하여 부처님을 팔아먹는 안이한 생활을 할 것이 아니라 뼈와 살을 깎는 노력으로 자신의 인격도야는 물론 불자들을 정도로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승속이 일심동체가 되어 불교중흥에 이바지함으로써 이 땅에 다시금 불교의 찬란한 광명이 드리워지도록 하는 것이 불은에 보답하는 길이며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