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야기 |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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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12-13 11:47 조회3,30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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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호수 가장자리에서 호수 내부에서 쉬고 있는 오리와 기러기들을 관찰하려고 도구를 셋팅하려는 찰라, 큰고니 무리 30여마리가 한꺼번에 호수로 날아들어 왔다. 목을 길게 앞으로 곧게 뻗고 가볍지 않은 날개짓으로 천천히 고도를 낮추고 수면에 내려앉았다. 그중엔 2마리의 고니도 보였다. 마치 지금 긴 여행을 마치고 막 도착한 것처럼 소란한 움직임들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역시 고니가 있는 호수는 겨울 풍미가 난다. 그렇지 않은 호수는 마치 흑백의 무성영화 같아 보인다.
흔히들 ‘백조’라 부르는 고니류(類)는 우리나라에는 총 3종이 서식한다. 큰고니, 고니 그리고 혹고니가 있다. 모두 몸 전체가 선명한 흰색이며 몸 크기 차이 이외엔 부리 모양만 큰 차이를 보인다. 큰고니는 눈 앞의 노란색이 특징이며 큰고니가 고니보다 노란 부위가 더 크다. 혹고니는 눈앞이 검고 선명한 주황색의 부리를 지녔다.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겨울철새로 번식은 시베리아나 극지방 인근에서 한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빈도를 보면 큰고니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부모와 올해 태어난 새끼들로 구성된 가족 단위로 월동을 하며 여러 가족들이 모여 큰 무리를 형성하여 겨울을 난다. 먹이활동은 주로 하천이나 호수의 가장자리나 얕은 수심 지역에서 하며 수생식물의 줄기나 뿌리를 먹는다. 드물게 수서곤충을 먹기도 하고 먹이가 부족할 경우 하천 주변 논에서 낙곡을 먹기도 한다. 주된 먹이 공간이 하천이나 호수인 관계로 수심 변화나 수공간 내 식생 변화에 민감하다. 한때 대규모 하천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수심이 높아지고 하천 가장자리에 밀생하던 수생식물이 사라진 탓에 일부 하천에서는 월동하는 개체수가 급감하기도 하였다. 호수들도 물 공간을 늘리기 위해 둑을 높이거나 내부 퇴적물을 퍼내는 과정에서 수생식물의 서식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고니들이 살아갈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직 우리는 하천이나 호수를 물이 담긴 그릇 정도만 생각하고 생물이 사는 공간으로는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홍수나 가뭄이 지속적인 반복되는 탓에 이를 보완하고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유럽에서처럼 하천을 생명의 공간이라 법으로 정하진 않을 지라도 이들이 살아갈 공간 한 켠 정도는 남겨두는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고니를 보면 안쓰러운 씁쓸함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는 새이다. 모두 알다시피 고니는 동화 ‘미운오리새끼’에 등장하는 새이다. 어릴 때는 못나 놀림을 받지만 다 자라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게 된다. 동화에서와 달리 고니는 새끼 때도 예쁘다. 개인적으로는 어미보다 새끼가 더 예뻐 보인다. 사견을 접더라도 어미보다 조금은 어두운 색을 띠긴 했지만 미운 정도는 아니다. 과연 작가(안데르센)는 고니의 새끼 모습을 본 적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덴마크에는 혹고니가 번식을 하므로 분명 볼 기회가 많았을 텐데 왜 고니 새끼를 밉게 봤는지 의문이다. 억지로 이해하자면 새끼 때의 회색이 나중 흰색으로 변한다는 사실 위에 작가적 상상으로 못남과 우아함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오늘 본 가족 무리들 속에도 올해 태어난 새끼들이 보인다. 크기는 어미와 비슷하지만 아직 회색을 벗지는 못했다. 편히 쉬고 먹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 한 켠 없는 이곳에서 예쁜 고니로 자라주길 올해도 욕심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