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이야기 | 죄가 드러난 이의 뒤를 따르거나 돕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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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07 조회5,39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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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드러난 이의 뒤를 따르거나 돕지 말라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다.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어울리고 따른다는 말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말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노름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는 사람은 그런 사람과 늘 함께 한다. 또 음주가무에 빠져 있는 사람은 늘 그들과 돌아다닌다. 나쁜 업과 좋지 못한 습관에 쉽게 물드는 중생들의 모습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사람과 함께 어울리지 말라고 하셨다. 그 계율이 ‘수거계’이다. 드러난 이의 뒤를 따르거나 돕지 말라는 계율이다. 수거계의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사분율>의 내용이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아리타 비구가 나쁜 소견을 지니고 있어 대중들이 이를 충고하였으나 듣지 아니하므로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계를 제정하셨다.
“어떤 비구가 나쁜 소견과 행동을 지니고 있어 법답게 참회하지 않고 오히려 나쁜 소견을 굳게 지니어 버리지 않는다면, 이 비구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거나 함께 일을 모도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자는 바일제가 되느니라.”
행실이 올바르지 않고 소견이 그릇된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고 한다. 특히 그릇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거나 일을 함께 도모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유유상종의 나쁜 예라고 하겠다.
우리는 선 보다 악에 물들기가 쉽다. 특히 신구의 삼업 가운데 구업이 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허물을 보고 비방하고 모략하는 일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곧잘 저지른다. 배우지 않아도 잘 행한다. 우리의 입이 하나 뿐임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입이 열 개면 시끄러워 살 수 없고, 그 구업을 어떻게 감당하랴.
인과의 법칙을 말하지 않아도 총칼로 흥한 자는 총칼로 망하고, 입과 말로써 흥한 자는 입과 말로써 망한다는 것은 인과의 틀림없는 진리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 가운데 유유상종으로 구업을 짓지 말아야 한다.
나쁜 말을 자제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둘 이상이 모여 망어․악구․양설․기어를 일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당연히 이를 방하착해야 한다.
구업을 떨쳐 버리는 것이 팔정도의 수행 가운데 정어에 해당한다. 정어는 열 가지 업 가운데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업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정어로써 삶 가운데 일어나는 둑카를 떨쳐 내어야 한다.
다투는 말을 엿듣지 말라
살다보면 다른 사람과 다투는 일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하여 더 큰 다툼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행자라면 다툼으로 인한 소란을 경계해야 한다. 이를 부처님께서 계율로 정하였으니 병청사쟁계가 그것이다.
병청사쟁계는 비구가 논쟁을 한 상대비구에 가까이 다가가 자신을 욕하는 것을 몰래 듣고 이로 인하여 또다른 다툼을 일으키는 것을 경계한 계율이다. 그 욕을 이유로 상대를 힐문하기 위해 몰래 엿듣지 말라는 것이다.
이 계는 6군비구와 논쟁을 벌인 상대 비구들이 다른 비구와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을 욕하는 것을 몰래 듣고 상대 비구를 힐문하니 다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것이다. 병청사쟁계의 인연담을 <사분율>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6군 비구들이 다른 비구들과 싸우고 나서 상대 비구들이 자신들을 욕하는 것을 엿듣고 이쪽에 가서 저 얘기하고 저쪽에 가서 이 얘기를 하니 대중에 시비가 그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계를 제정하였다.
“어떤 비구가 다른 비구와 싸우고 자신들을 욕하는 것을 엿듣고 나서 이족 저쪽에 가서 말하면 바일제이니라.”
누구나 싸우고 나면 상대를 욕하고 나쁘다고 떠들고 다니기 십상이다. 자기는 잘못이 없고 상대의 잘못이며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공격한다. 모양이 꼴사납기 그지없다. 만약 그것이 수행자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고 가치 조차도 없다. 위의가 없으며 바른 행이 아니며 깨끗한 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툼이란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서로 상처를 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때는 오히려 묵언이 필요하다. 화는 입에서 나오는 법이며, 말싸움은 또다른 싸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말을 삼가해야 한다. 이를 신언이라 한다. 말을 삼가하고 조심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끝이 없다.
“나쁜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를 해치거나 남을 해치고 나와 남을 함께 해치는 일을 면해야 하며, 착한 말을 닦고 익혀서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로우며 나와 남이 같이 이롭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말고, 허황된 말을 즐기지 말며, 성실한 말을 하되 그 말이 진실하고 올바르며, 이치에 순종하여 말을 때에 맞게 하고, 꿈에라도 법 아닌 것을 말하지 말고 정법의 경전을 항상 설하며, 세속의 직업이나 이익 없는 말을 끄집어 내지 말고, 양설로써 이간하여 저 사람의 나쁜 말을 이 사람에게 전하지 말고 이 사람의 나쁜 말을 저 사람에게 전하지 말아서 오히려 말다툼을 화해시키고 원한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그 혀를 끊을지언정 모든 욕에 대한 말 조금이라도 하지 말라.”
“다른 이를 거짓말로 죄를 뒤집어 씌우지 말며, 나쁜 말을 전하지 말고, 서로 다투어서 남을 중상하지 말며,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하지 말고,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 하지 말라.”
“차라리 진실한 말을 하여 원망과 미움을 받을지언정 아첨하는 말을 하여 사람과 친하려 하지 말고, 차라리 정법을 설하고 지옥에 떨어질지언정 삿되고 아첨함을 설하여서 천상에 나려고 하지 말라.”
“경을 읽을 때에 다른 사람과 경전의 잘못된 것을 즐겨 말하지 말며, 모든 법사를 업신여기지 말고, 다른 사람의 나쁜 것과 단점을 말하지 말라.”
“항상 입을 지키고 조심하여서 원한으로 악한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두려움을 없애고 선을 지킨다.”
“고운 말에 힘쓰고 나쁜 말을 말며, 말하였거든 그 과보를 두려워하라. 악으로 한 것은 화로 오니 칼날이 자기 몸에 돌아오리라.”
“악한 뜻으로 남을 중상모략하여도 청백한 자를 더럽히지 못한 채 어리석은 재앙이 도로 자기에게 미치나니, 마치 바람을 거슬러서 먼지를 터는 것과 같다.”
자나 깨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 듣는 것도 잘 들어야 하고, 말하는 것도 잘 말해야 하고, 옮기는 것도 잘 옮겨야 한다. 수행이란 다른 데에 멀리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귀 끝에, 내 혀 끝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