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의 계와 재가자의 계 2

재가자들에게 주어지는 오계를 보면 모두가 일상생활의 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은 내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당연한 원리입니다. 그리고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욕심내고 거짓말을 하여 사람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음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 등은 다 우리 인간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은 그 자체는 죄가 되지 않지만 정신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서 다른 모든 계행이 파괴될 염려가 있으므로 마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차계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계를 제정해 놓으신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그 자체가 악을 멈추게 하는 것은 성계라고 합니다. 거기에 반하여, 필요에 따라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것을 차계라 합니다. 차계는 성계와 비교하여 가벼운 것인데, 예를 들어 살생은 계 조항이 있든 없든 엄중한 것이기 때문에 성계로 제지하는 것이지만, 음주는 그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계로써 제지합니다.

그리고 이것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계를 지켜야 하는 경우가 있고 융통성이 발휘되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출가자가 술을 마시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약으로써 할 수 없이 마셔야 하는 경우에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때가 아닌 때는 먹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병이 났을 때 건강 회복을 위해서라면 때가 아닌 때에 먹는 것도 허용이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불교에서는 상황에 따라 열고[開] 닫는다[遮]고 하여 개차법이라고 합니다.

출가자에게도 오계가 있는데 출가자는 무조건 음행을 금해야 하므로 불음계이지만, 재가자에게는 부부 이외의 사람과 관계를 가지는 불사음계가 적용되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다. 즉, 출가자는 절대로 음행을 해서는 안 되지만 재가자는 부정한 성관계를 금하는 불사음계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가신자는 하루 동안 출가적인 계율을 지키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팔재계라고 합니다. 팔재계는 앞에서 말씀드린 사미, 사미니의 십계에서 불축금은보계를 제외하고 불도식향만계와 불가무관청계를 하나로 묶어 여덟 가지로 한 것입니다. 또 이 날만은 부부간에도 성관계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재가자의 불사음계가 아니라 불음계로 대체하여 팔재계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팔재계는 보통 한 달 가운데에서 8일, 14일, 15일, 23일, 29일, 30일의 6일 동안 지키는데 이것을 육재일이라고 합니다. 또 육재일을 1일, 8일, 14일, 15일, 23일, 30일로 치기도 하고, 이 중에서 4일만 택하여 팔재계를 지키는 사재일도 있습니다.

재가신자는 이처럼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삼귀의계를 받고 불교도가 되며, 여기에 오계를 받아 지킴으로서 진정한 불자가 되는 것입니다. 또 육재일에 팔재계를 지킴으로써 재가신자도 한 달에 6일 동안만은 출가자와 같은 엄격한 생활을 함으로써 청정한 삶을 이끌어갈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