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뜨락 | 스마트 세상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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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8-01 15:48 조회2,53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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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마크가 부착된 누리호 발사를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다. 온전히 우리 힘으로 우주 시대를 열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자랑스러웠다. 우리나라도 드디어 우주국이 되었다. 미래는 우주가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그래서 우주시대라고 한다. 이제 우주에 외계인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는 어떻게 우주를 사람이 이용할 것인지 그 방법을 찾는 우주과학에 인간의 생존 문제가 달려있다.
아날로그 시대가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그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과학이 신기하지만 그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시대로 이주온 기성세대들은 눈만 뜨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초고속 과학 사회에서 미개인 취급을 받는다. 내가 요즘 바로 그런 상태에 놓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동네에 한글을 모르는 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사우디에 근무하고 있는 남편한테 편지가 오면 나한테 달려왔다. 나는 장애 때문에 늘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편지를 읽어줄 수 있는 유일한 동네 아이였다.
처음에는 ‘여보’로 시작하는 편지를 읽는 것이 쑥스러웠지만 여러번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감정을 넣어서 읽어주었다. 그래서인지 편지를 읽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편지를 읽고 나면 답장을 쓰는 것도 내 몫이었다. 그런데 불러주는대로 쓰면 편지지 반도 채워지지 않는다. 대개 아이들 학교 잘 다니고 , 자기도 잘 지내니 걱정하지 말고 건강 조심하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 국군장병 아저씨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라를 지키는 국군아저씨들에게 잠시라도 위안이 되려면 편지를 길게 써야 하고, 멀리 떨어져있는 분들이라서 군대 밖 소식을 궁금해하니 그런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적으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동네 사람들의 일상이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공유되던 시절이라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런 내용들을 담을 수 있었고, 편지의 마지막에 늘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랑의 표현을 잊지 않았다. 직접 편지를 쓸 수 있는 사람도 항공봉투에 영어로 써야 하는 주소는 내 손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은 나처럼 친절하게 바로 바로 서비스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편지 대필로 나는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때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성심을 다해 도와주었건만 디지털 문맹자인 나는 몰라서 물어볼 곳이 AS센터밖에 없다. AS 상담원은 ‘무엇을 도와드릴까?’라고 응대를 시작하지만 막상 발생한 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고객님’이라고 말을 자르면서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짜증을 낸다. 내가 요즘 받는 디지털 문맹도 이렇게 서러운데 더 나아가 AI 세상에서 나는 또 얼마나 구박을 받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스마트폰 하나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마 어마하게 많아졌지만 그것들을 이용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겨우 익숙해지려면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어떻게 된 세상인지 사람은 불신의 대상이고 기계는 신뢰를 받는다.
사람은 기계의 신뢰를 받기 위해 비밀번호를 대야 한다. 얼마전 이사를 했는데 스마트홈 시스템이라고 좋아했더니 내 집 안에서도 비밀번호 없이는 아무 것도 사용할 수가 없다. 인간이 기계화 되어가는 듯하여 두려운 생각이 든다.
우주시대가 우리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신비로움 때문이다.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이던 우주 여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어쩌면 종교과 우주의 본질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는 인간의 힘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에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의 종교학자 자오침 바하는 종교학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궁극적 본질에 관한 것, 우주와 세계에 관한 것, 세계 속의 인간이라고 하며, 신학과 우주론 그리고 인간론이 종교적 사유의 중심이 된다고 하였다.
불교야말로 우주를 인간의 정신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우주시대의 행복을 위해서는 과학과 함께 불교 공부로 우리의 마음부터 넓혀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