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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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인생에 수繡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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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7-07 13:37 조회2,6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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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백척간두진일보로 수놓아 가는 것” 

 

 얼마 전 국민 배우 강수연 씨와 국민 MC 송해 선생이 세연을 접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지만 한 사람은 다소 젊은 나이에 떠났고 다른 한 사람은 세수를 충분히 누렸다는 차이가 있다. 직장인들도 매년 받는 건강검진 결과에 점점 촉각이 곤두선다. 그만큼 건강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건강은 삶의 기본이 되는 토대다. 하지만 우리는 이리저리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관리를 등한시하기도 하고 막상 건강관리를 하려다 보면 관련 정보들 간에 상이점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대강 볼 때는 어떤 것이 좋다거나 옳다는 일치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컨대 적게 먹는 소식이 좋다고 하는데, 하루 3끼를 먹으면서 섭취량을 줄이는 게 좋을지, 두 끼 또는 한 끼만 먹을지 사람들마다 주장이 다르다. 두 끼식을 권하는 이들도 아침 점심을 권하는 쪽과 점심 저녁을 권하는 쪽이 있다.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게 좋다는데도 마찬가지다. 하루 2리터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데 왜 꼭 2리터여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그렇다하더라도 당일 다른 음식을 얼마나 섭취했느냐 혹은 그 사람이 처한 생리적 조건에 따라 달라야 한다.


 하나의 주장이나 이론을 따르자면 그에 따른 이득이나 손실은 각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건강관리에 힘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딱 부러진 정답이 없다. 결국은 각자가 접한 정보를 어떻게 판단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사바세계에 사는 한 누구도 생로병사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따라서 지나치게 몸의 건강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몸과 더불어 마음의 건강까지 도모해야 한다. 요즘 명상이 유행하는 것도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진정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건강이라는 한 가지 가치에 매몰되면 다른 수많은 가치들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삶의 다양한 가치들이 조화를 이루는 중도中道의 삶이 칭송되겠지만 과연 그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또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방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불교에서는 진정한 행복 즉 성불成佛을 위해서 진리를 위해 몸을 돌보지 않는 위법망구爲法忘軀의 태도를 권한다. 이는 그야말로 생과 사를 집착하지 않고 몸 바쳐 정진하는 보살의 삶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러한 보살의 길은 보통 우리에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현실과 당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또 분별적 사유 내지 이분법적 사유에 매이는 것이 보통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실체성을 부여하고 다른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개아個我라는 상相을 집착하는 결과이다.


 누구나 꼭 보살의 길일 필요는 없다. 각자의 취향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삶의 양식이 있기 때문이다. 보살의 길이 아닌 아라한의 길 혹은 제3의 어느 길이든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한 발짝 내딛어 나가는 대로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어느 쪽으로 인생의 수繡를 놓아갈지는 각자의 자유와 선택이다. 그 길에 불보살님의 가피가 함께 할 것을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