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뜨락 | 대통령이란 직업의 자리는 16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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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10-05 13:37 조회3,53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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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꽃이 그려진 화병은 1888년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조선말 고종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하는데
카르노 대통령에게 이런 일화가 있다. 국정을 논하기 위해 각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회의장에 들어가니 대통령 자리가 가장 상석이었다. 카르노 대통령은 그 자리에 앉지 않고 16번째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여러분 각자는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여서 각자가 그 자리에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지만 대통령이란 직업은 여러분들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내 자리는 맨 끝 16번째 이 자리입니다”
이 말이 요즘 아주 큰 울림을 준다. 대통령이란 직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전문가를 존중하지 않고 함께 하지 않는 대통령은 나랏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비록 영화이지만 아주 멋진 대통령을 보았다. 2013년에 개봉된 영화 <감기>인데, 이 영화를 만든 김성수 감독은 천재이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의사)는 최초의 감염자를 찾아 그의 혈액으로 항체를 만들면 치료할 수 있다는 방안을 내놓지만 그 의견을 묵살하고 정치적 판단으로 감염된 사람과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감금하여 방치해두고 죽으면 쓰레기처럼 모아놓고 태웠다. 그런 사실을 알고 분노한 감염자들이 철장을 부수고 나오자 급한 군부는 발포 명령을 내린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무책임한 논리로 말이다. 그때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경고한다. “저 사람들도 내 나라 국민입니다. 내가 다 책임집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도 바로 소수의 희생도 용납하지 않는, 진정 모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지도자이다.
코로나19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만큼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지난 해에 발간된 올리버 비들로가 집필한 <빌렘 플루서의 미디어철학>이란 책을 보면 전문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된다. 1900년대 초에 미디어 철학자 빌렘 플루서가 이미 언택트시대 원격 소통사회를 예상했다. 그가 생각한 원격 소통사회는 권력이 집중되지 않고 기계의 중개로 소통의 그물망이 이루어진 사회라는 것인데 당시는 플루서의 주장이 뜬금없다고 일축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저자는 플루서의 궁극적 메시지는 새로운 시대의 새 희망과 행복이라고 하며 플루서는 사람들이 권력에 의해 억압받지 않고 기계를 매개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허무맹랑하다고 비판을 받았던 플루서의 미디어철학을 보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중세에 지구가 둥글고, 게다가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17세기 초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생각난다.
그는 망원경을 발명하고 지동설을 증명할 수 있는 책을 썼는데 그것이 이단 행위라고 기소되어 종교재판을 받는다. 그는 연구를 계속하려는 욕심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여 화형을 면하고 풀려나는데 그때 한 유명한 말이 ‘그래도 지구는 돈다.’였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남들이 모르는 것을 미리 알아내지만 그것을 사회가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때는 옛날이니까 그렇다 치고 요즘은 과학이 모든 것을 입증해 주는데도 전문가들의 주장이 묵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가를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도 전문가를 존중하셨다. 앞을 볼 수 없는 바라문이있었는데 그가 어느 날 부처님께 이런 설법을 요청했다.
“부처님, 사람들은 세상에 빛이 있다, 색깔이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청컨대 부처님께서 빛이 있는지 없는지 말씀해주시고 있다면 제가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은 설법을 하지 않고 지바라는 의사를 불러 그 바라문의 눈을 치료해 주도록 했다. 다행히 치료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었는데 시력을 찾은 바라문은 자기 눈으로 빛과 색이 있음을 확인했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기적이 아닌 전문가의 능력으로 더욱 확실히 문제를 해결하여 중생들을 진심으로 보살펴주셨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