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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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 어쩌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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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2-14 14:32 조회3,3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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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고위공직자이니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쓴 아들이 있었다이로 인해 논란에 휩싸이게 된 고위공직자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자신이 이 기사를 포스팅하는 이유는 그가 투명하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두둔하고 나선 정부부처 수장도 있었다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정부부처의 수장이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취업하려던 행위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관계가 제대로 파악되기도 전에 개인적인 생각을 앞세워 이러고저러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지랖이 열두 폭을 넘는 일이 아닐 수 없다정부부처 수장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그의 처사는 아들의 잘못을 사과하고 사퇴한 고위공직자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했고 아빠 찬스와는 거리가 먼 국민들을 또 한 번 박탈감과 분노에 빠지게 만들었다.

 

모 정당의 대통령 선거대책 위원회에 영입됐다가 과거의 가정사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사람이 있었다일부 언론과 유튜브 채널에서 무차별적인 사생활 폭로를 이어가자 개인적인 수모는 물론 가족들에게 향하는 온갖 추측과 무분별한 관심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사전 검증에 소홀했던 일이나 정치적 계산으로 의절을 선택한 정당의 처사도 잘못이지만 공직 윤리나 알 권리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선정적인 사생활 보도로 한 사람의 삶을 짓밟는 언론의 행태 또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일이라 하겠다.

개인사는 말 그대로 개인사일뿐이다공익을 위해 부득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중이 어느 한 개인의 가정사를 낱낱이 알아야 할 까닭도 없거니와 언론에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평론해서는 안 된다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사안이 아닌데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월권이다지극히 개인적인 일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비난도 응징도 용서도 개인적인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인 것이다.

 

남편의 주사와 의처증 때문에 이혼을 결심한 여인이 있었다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과 헤어진다는 게 예삿일은 아닌지라 믿을만한 친구 서넛이 모인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그 어지러운 속내를 털어놓았다부부모임에서 이미 여러 차례 남자의 과격한 행동을 목격했던 친구들은 걱정 반 격려 반 여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했다여자가 친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뜨거운 눈물을 쏟고 있는데어느 한 친구가 휴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너는 참 남자 보는 눈이 없어안하무인에독불장군에무식하고한 성깔 하게 생겼더구먼나는 네가 결혼할 사람이라고 그 남자를 소개할 때처음 봤어도 딱 알겠더라내가 너 결혼식 전날까지도 반대했던 거 생각나지그래도 기어이 결혼하더니 네 무덤 네가 판 거지끔찍하다끔찍해이혼이고 뭐고 당장 그 집에서 나와아유난 그런 사람하고는 단 하루도 못 살겠다.

 

여자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그 친구가 결혼을 반대한 기억도 없거니와 상처투성이인 마음에 그 친구의 날선 자화자찬까지 담을 여력도 없었으므로.

 

굴지의 대기업 해외 사업 담당 이사로 전 세계를 안방처럼 드나들던 노신사가 있었다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거동조차 어려운 처지가 됐지만 그는 절망 대신 꾸준한 재활훈련을 택했고덕분에 7~8개월 만에 걸을 수 있는 기적을 만들어냈다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노신사는 아내를 졸라 고향으로 향했다수구지심首丘之心이라 했던가고향의 냄새를 흠뻑 맡아보고 싶어서였다머리에 서리 내린 깨복쟁이 친구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 주고도 싶었다하지만 언제나 발등을 찍는 건 믿는 도끼다.

 

-자네이 꼴이 다 뭔가그 좋던 풍채가 반쪽이 되고이 구부정한 어깨 하며혼자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왜 이렇게 됐어건강관리를 좀 하지 그랬어나를 보게난 헬스만 40년이야이 팔뚝이며 허벅지 근육을 보면 젊은 애들이 놀란다니까자네도 운동을 좀 해좋은 것도 챙겨 먹고죽을 때 싸 들고 갈 것도 아닌데 그렇게 벌벌 떨지 말고 돈 좀 쓰고 살아그러다 앉은뱅이라도 되면 그때부터는 살아도 산 게 아니야.

 

하룻밤도 묵지 않고 온 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하는 길아내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노신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죽마고우의 충고가 할퀴고 간 가슴이 너무도 아팠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가면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많이 배운 게 흠이라는 소리를 듣는 여자가 있었다왜 결혼을 안 하느냐눈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어떤 남자를 원하느냐박사까지 딴 여자라 웬만한 남자는 성에 차지도 않겠다너무 똑똑한 여자는 부담스럽다결혼을 하든지 안 하든지 여자의 삶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잔소리 풍년이다.

 

춤을 추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둔 아이가 있었다아니다어쩌면 그 이유가 마음껏 춤을 출 수 없는 학교가 싫어서였을 수도 있다어쨌든 아이는 학교를 그만뒀고 부모는 아이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였다최고보다 더 중요한 게 성취이며성취를 이루는 길도 여러 갈래라는 것이 그들 가족의 생각이었다그런 그들에게도 이런저런 집중포화가 빗발쳤다.

 

-춤춰서 밥이나 먹고살겠어그걸 왜 가만 놔 둬강제로 책상 앞에 끌어다 앉히고 공부를 시켜야지취직자리가 하늘의 별 따기인 세상에 대학 졸업장이라도 있어야 할 거 아니야아이가 엇나가면 때려서라도 가르치라고엉덩이에 뿔난 놈 잘한다잘한다 해 봐장차 제 앞가림이나 하겠어요즘 애들은 말이야.

 

누군가의 하소연을 듣고 위로에 앞서 그의 잘못부터 지적하고 나섰다면반대로 누군가의 그릇된 처사를 무조건 감싸고돌아 뭇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당신은 어쩔 수 없는 오지라퍼(오지랖+er)’.

 

오지라퍼는 대부분 자신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폭이 넓은 사람이며 자신이 하는 행동 역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만족스러워 한다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나는 너보다 잘났어내 말이 정답이야나는 너를 도울 수 있어내 뜻을 따르는 게 옳아그런 자기과시나 과대평가를 조언이나 충고배려나 포용이라고 믿는 부작용이 생겨난다일방통행을 넘어 위험한 역주행이 되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제아무리 좋은 충고나 조언도 상대가 구할 때그리고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아야 의미가 있고 아름답다상대의 마음을 살피고상대의 뜻을 이해한 후상대가 원하는 범위 안에서 진심을 다하면 된다. “쓸모없이 늘어놓는 말보다 진실이 담긴 한 마디가 훨씬 뛰어난 말이다.”라는법구경의 말씀이 좋은 본보기가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