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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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선성취 | 삶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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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8-02 12:48 조회2,5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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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것은 죽고, 모인 것은 흩어지며, 축적된 것은 소진되며, 쌓아올린 것은 무너지며, 높이 올라간 것은 아래로 떨어진다. 

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며, 몸과 입과 뜻으로 무의미한 행위만 반복하다가 결국 빈손이 되어 다음 생을 맞이하게 된다.


 요즘 세상은 인간의 존엄성보다 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일수록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고, 가장 잔인한 것도 사람이고, 가장 못믿을 것도 사람이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자비로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믿을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다. 아직까지는 그 믿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잘나고 싶어 하고, 많이 가지고 싶어 하고, 특출난 존재이기를 바란다. 

이러한 이기적 욕망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가장 힘세고 튼실한 사마귀라도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세고 튼실한 사마귀라도 하늘을 나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튼실한 먹잇감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인 이기적 마음을 불교에서는 말라야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행을 통해 이기적인 마음을 자비의 마음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수행이 된 사람은 자신을 본보이려 하지 않고, 진실되고 소박한 삶을 살고, 옳은 일을 하며, 자신이 가진 힘으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려한다.


 단음사에 온지 3년이 되었다. 단음사가 있는 영천은 나에게 연고가 없는 생소한 곳이다. 아는 사람도 없고, 지역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단음사 사원 내에서 보낸다. 자연히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홀로 있는 행복이 당연시 되었고, 홀로 있는 행복에 무덤덤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 있다는 그자체가 행복도 불행도 아닌 그 어느 중간쯤 다다랐을 때, 사람은 자기 생각만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사실과 중요한건 삶의 목적에 질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과 결국 수행은 고독 속을 걸으며 바라는 것 없이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며, 저 광야를 달리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삶은 결국 혼자 가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광기에 환호하며, 불행에 굴복한다. 하지만 수행자는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보고, 버림받은 자가 되어 홀로 걸어간다. 영혼이 죽어 혼돈의 바다 속을 헤매는 사람들 사이에 살 자격이 있는 산호처럼.


 수행은 진정한 자신을 찾게 해주고 사랑은 진정한 자신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수행은 나에게 보물을 선물하며 사랑은 그 보물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수행이 깊어지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이 되고 사랑이 깊어지면 사랑하는 자도, 사랑받는 자도 사라지고 사랑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