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환경(環境)과 심경(心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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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5-27 15:52 조회2,73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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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금방 바꾸기 어렵지만 심경은 바꿀 수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로 우리나라의 향후 5년 미래를 만들어갈 선택이 이뤄졌다. 이제는 선택에 따른 인과가 기다리고 있다. 집권 세력이 사상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를 어떻게 불식시켜 나갈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밝혀나갈지 주목된다. 국민들이 감시를 게을리 해선 안 되며, 동시에 잘된 것은 칭찬하고 잘못된 것은 비판하여 좋은 인과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합심 노력해야 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확실히 알기 어렵다지만 지나보면 알게 된다.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우리가 선택을 할 때 최선의 선택만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전체적인 안목이나 각 세부 분야에 대한 통찰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전문가끼리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보통 사람들은 말해 무엇 하리.
더구나 최선의 선택인 줄 알았는데 훗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훗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은 복불복 아니냐. 되는대로 살자며 자포자기가 쉬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선인낙과 악인고과(善因樂果 惡因苦果)’라 하듯 결국은 좋은 일을 해야 복을 받고,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고 선행을 쌓은 집안에 복이 깃든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짧게 보면 결과에 일희일비 할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관통하는 인과법칙 앞에 고개 숙이게 된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면 마음을 비우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불교에서 권하는 것은 후자 쪽이다. 자포자기가 아닌 마음을 비우는 일이란 어떤 사안에 대해 지나친 확신이나 기대를 갖지 말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언제나 자기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섣부른 기대감에 헐떡이지 않는다. 일체지자(一切智者)이신 부처님의 입장에서 보면 깨닫지 못한 중생들의 판단은 아예 틀렸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우리는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매우 높은 신뢰를 가지고 ‘내가 옳다’ 고집한다. 설상가상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리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르다고 인식하면 공존이 가능할 텐데 서로 틀리다 하니 대결과 불화를 면치 못한다. 이런 중생 인식을 극복하고 보살의 인식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대승불교가 지향하는 바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기 입장을 조금씩 비워가야 한다. 그게 잘 안된다면 성인과 도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배워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 사회의 갈등 비용도 줄이고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선거에서 어느 쪽을 지지했든 결과에 승복하고 잘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출발은 마음이다. 한 마음 잘 먹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듣는 귀를 가져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자신의 고집을 꺾기 어려우며, 새로운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잘 들으려면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남을 바꾸기 전에 자기를 바꿔나가야 한다. 주위 환경(環境)은 마음대로 쉽게 바꾸기 어렵지만 자기 마음의 환경, 심경(心境)은 바꿀 수 있지 않은가. 마음이 바뀌다보면 어느새 환경도 바뀌고 상대도 바뀌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니 본래 자기가 생각하던 상황이 아니요, 본래 자기가 생각하던 상대가 아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