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위드다르마 연재글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십선성취 | 아픈 만큼 성숙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5-27 15:48 조회2,802회

본문

3e27667bd4cc45fda547429f73351656_1653634103_2948.PNG


단음사에는 여러 종류의 과실나무와 꽃나무들이 있지만 항상 먼저 봄 인사를 하는 것은 매화꽃이다. 영천은 포도, 복숭아, 자두, 살구 등 과실 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과실들이 봄에 꽃이 피고, 여름과 초가을에 수확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과실나무에 가지치기를 한다. 그래야 봄에 새순이 많이 나와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나무보다 과실 수확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단음사도 봄이 오기 전 대추나무와 감나무, 모과나무의 가지치기를 했다.

 

사람은 정신적인 상처나 고통을 극복하면 내면이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한다.”라고 말을 한다. 이 말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를 아우르는 말인 것 같다. 식물은 가지치기로 상처가 나야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야 산란을 할 수 있다. 최근에 겨울 가뭄이 심해 전국적으로 산불이 많이 일어나 산들이 황폐해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불에 탄 나무의 재는 거름이 되어 산은 다시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나는 단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 혼자 있으면서 내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자주 생각한다. 그러다 잘못한 일이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떠오르면 참회를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행복할 때도 있었고, 불행할 때도 있었다. 내 과거를 돌아보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와 가장 불행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결론은 가장 행복했을 때는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이고, 가장 불행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때 역시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었다. 그래서 행복과 불행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과거는 행복했을 때보다 불행했을 때가 훨씬 더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단지 지나간 추억이고 아무것이 아닌 일이었다. 불행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고 마음이 만들어낸 아무것도 아닌 일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불행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해 보았으면 좋겠다. 불행이라는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불행의 실체가 있다면 내가 과거에 불행했던 일을 떠올릴 때마다 불행한 감정을 느껴야한다. 불행의 실체를 파헤치다 보면 불행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고통이라는 것은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정신적인 고통이고, 두 번째는 육체적인 고통이고, 세 번째는 음식으로 인한 고통이고, 네 번째는 자연환경에 의한 고통이다. 정신적인 고통은 불행하고, 화나고, 슬프고, 외롭고, 우울함 등 마음이 만들어내는 고통이고, 육체적 고통은 육체에 가해지는 타격에 의한 고통이며, 음식으로 인한 고통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적게 먹거나, 먹지 못하거나, 잘못 먹음으로써 생기는 고통이다. 부처님께서도 대장장이 춘다가 공양한 상한 음식을 먹고 결국 열반이 이르게 된다. 우리 몸에 생기는 대부분의 질병은 음식의 잘못된 섭취로 생긴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연환경에 의한 고통은 더위, 추위, 홍수, 가뭄, 지진, 태풍, 화산폭발 등 자연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고통이다.

 

이 네 가지 고통 중 우리가 해결해야할 고통은 정신적인 고통이다. 우리가 수행을 하는 이유는 이 정신적인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다. 열반이라는 것은 마음의 불이 꺼진 상태, 즉 마음의 고통에서 해방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첫 번째 화살인 육체적 고통, 음식에 의한 고통, 자연환경에 의한 고통은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첫 번째 화살로 인해 생기는 두 번째 화살인 정신적인 고통은 피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반성과 참회, 그리고 수행을 통해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