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야기 | 따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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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5-27 15:45 조회2,48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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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인공 증식 중인 따오기가 산란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0여년 넘게 들려오는 얘기지만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늘 꿈만 같다. 30여년 넘게 새를 공부하고 이곳저곳을 다녀며 많은 새를 봐왔지만 따오기는 내겐 ‘전설 속의 동물’과 같은 존재였다. 한 번도 본적이 없고 노랫말과 사진으로만 접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눈으로 꼭 한번 보고 싶다는 맘을 늘 품어왔지만 볼 기회는 없었다. 중국에서 인공 사육하며 일부 개체를 방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그곳까지 직접 가기에는 시간상 그리고 여건상 엄두가 나질 않았다. 다녀온 선배를 통해 사진으로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그런 따오기가 우리나라 들녘을 날아다닌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따오기는 과거 19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흔히 번식하는 새로 알려져 있었다. 19세기 20세기 초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 외국인들의 책에서는 비교적 흔한 새로 기록되어있다. 그 후 1950년대부터 드물게 관찰되는 것이 1979년 12월을 끝으로 국내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마지막 기록의 개체도 국내에서 번식하던 개체가 아닌 중국이나 몽골 등지에서 번식 후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개체이므로 국내 번식 개체는 이보다 훨씬 이전에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늦은 2003년 10월에 마지막 개체가 사라지면서 절종했다. 자연계 내에서는 이보다 훨씬 이전에 사라졌었다. 중국에서 소수의 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따오기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진 종으로 여겨왔었다. 사냥과 주 먹이터인 논의 오염으로 인한 먹이 감소가 주된 원인이었다. 1981년 산시성에서 자연계에서 7마리로 구성된 마지막 개체군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따오기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마지막 개체군을 모두 포획하여 인공 증식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이제는 중국 뿐 만 아니라 한국, 일본에서도 복원 개체들이 자연에서 점차 수를 늘리고 있다. 아직은 자연계 내에서 살아가는 개체수가 330여 마리밖에 되질 않지만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많은 이들이 따오기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앞으로 그 수는 훨씬 더 많이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 독수리 이동경로 조사를 위해 몽골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어느 주민의 집을 방문했다가 사다새(펠리칸)의 부리를 발견했었다. 이 문건이 왜 여기 있냐고 물었더니 말의 몸을 닦는 도구로 쓰인다고 했다. 과거에는 따오기 부리를 사용했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보지일 않아 대신 사다새 부리로 대용한다고 들었다. 따오기 부리가 휘어져 있어 말의 몸을 닦기에 가장 도구라 했었다. 따오기를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냐 물었더니 최근에도 봤었다고 했다. 내 인생 가장 흥분된 그리고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기억된다. 따오기를 보았다는 습지의 크기는 끝을 알 수가 없었고 번식을 할 것이라는 섬은 너무 멀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에겐 배도 없었고 무엇보다 배를 띄울 여건도 아니었다. 따오기 번식할 지도 모른다는 습지 내부의 섬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사막에서 모래알 찾기 보다 더 낮은 확률이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따오기는 야생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었기에 직접 관찰이 된다면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도조차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마치 집채 같은 큰 금덩이를 길에서 주었지만 너무 무거워 호주머니에 넣지도 소유하지도 못하는 것과 같았다. 선물로 받아온 사다새 부리를 가끔 보고 있으면 발동동 거리던 그날의 아쉬움과 간절함이 생각난다. 그 뒤 또 한 번 따오기를 야생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일본에서 복원한 개체를 자연 방사한 곳이 ‘사도’섬이었다. 일본에서는 2008년부터 야생 복원 사업을 추진한 끝에 사도섬에서는 소수가 자연에서 번식하며 개체군이 안정되어 있었다. 사도섬을 가기 위해 준비를 마치고 계획을 실행하려던 순간 같이 현지 예약을 맡았던 지인이 개인 사정으로 돌연 일정을 취소, 잠적하는 바람에 결국 사도섬을 밟지 못했다. 그 후론 따오기는 나와는 ‘전설 속의 새’처럼 정말 나와는 인연이 없음을 인정하고 체념했었다. 그러다 2019년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첫 야생 방사가 이뤄졌고 2019년 한국의 들녘에서 녀석들을 보게 되었다. 이후 3년간 총 160여 마리가 방사되었고 2021년에는 방사된 개체가 둥지를 틀고 직접 부화한 2마리의 새끼가 둥지를 떠났다. 우리나라에서 따오기가 사라진지 43년 만에 복원되었다. 2008년 10월 중국으로부터 국내에 2마리의 따오기가 도입된 지 14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도 인공 증식중인 개체가 알을 낳았다. 현재 430여 마리가 증식 중에 있어 앞으로 야생에서 살아가는 따오기는 점점 더 늘어날 계획이다.
따오기 복원 과정을 보면 한 종을 복원하기 위해 40여년 이상의 시간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예산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전국의 마을에서 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오기가 살아갈 안전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절반의 복원을 위해 큰 대가를 치르고도 우린 아직도 많은 생물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800만종의 생물 중 100만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그 멸종의 원인은 결국 인류다. 인류가 살아갈 더 큰 도시를 만들고 먹거리를 위해 서식지를 파괴하고 땅을 오염시키고 기후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생물 멸종의 끝은 인류의 멸종이다. 우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따오기는 없어야 한다. 덜 쓰고, 덜 버려야 한다.
정옥식
조류학 박사
화음사 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