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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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우리는 지금 무슨 업을 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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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11-01 15:50 조회1,7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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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에 네 명의 부인을 둔 남자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인도에서 옛날이야기처럼 널리 알려져 있는 설화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부인은 너무나 사랑하고 아꼈기 때문에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늘 곁에 두고 살았다. 둘째 부인은 남들과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싸워 가면서 아주 어렵게 얻은 부인이었다. 그래서 쳐다만 봐도 너무 기분이 좋고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셋째 부인은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다니면서 즐거워했다. 그러나 넷째 부인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하녀 취급을 받으면서 궂은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가 먼 길을 떠나게 되어 첫째 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첫째 부인은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었다. 이 남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둘째 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둘째는, 첫째도 안 가는데 내가 왜 따라 가느냐고 오히려 화를 냈다. 셋째 부인은 문 밖까지는 따라가겠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공손히 말했다. 그런데 평소에 쳐다보지도 않았던 넷째 부인은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라도 따라가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 남자는 넷째 부인만 데리고 먼 길을 떠났다.


 여기에서 먼 길은 저승길을 말한다. 첫째 부인은 자신의 몸을 뜻하는 것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 줄 알았건만 저승길에는 절대로 같이 갈 수가 없다. 둘째 부인은 재물을 말하는데, 역시 갖고 갈 수 없는 것이고, 셋째 부인은 가족을 의미하는데 이들도 울면서 배웅만 해줄 수 있을 뿐이다. 마지막 넷째 부인은 바로 인생을 살면서 쌓인 업이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말과 행동들만 죽어서까지 우리를 따라 다니기 때문에 살아생전에 밝고 고운 길을 다닌 사람은 죽어서도 그 업이 좋은 길로 인도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습한 음지를 다닌 사람은 죽어서도 그 업으로 또 다시 어두운 길을 가게 된다는 얘기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죽음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다. 그러다 불치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한때는 웰빙을 주장하다가 이제는 웰다잉을 중요한 삶의 목표로 하고 있다. 죽으면 몸은 지수화풍으로 돌아가고, 욕심껏 모았던 재물도 그대로 두고 떠나야 한다. 자기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가족도 장사를 치루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죽은 후에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살아있을 때 지은 업이다.


 살아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을 도우면서 착하게 살았다면 자손들과 주위 사람들이 좋은 기억으로 그 사람을 추억하게 된다. 그것이 천상이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면, 그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돼.”라고 말하며 나쁜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다. 이처럼 우리는 『잡아함경』 네 명의 부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몸과 재산,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고 사는 것이 옳다고 믿고 있지만 올바른 생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고 살아야 가장 행복한 삶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 외모는 그야말로 포장일 뿐인데 어쩌다 우리가 외모에 그렇게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디 이뿐인가. 성공의 목표를 재산 축적에 두고 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돈을 벌려고 아웅다웅한다. 또한 가족을 진정으로 위하는 방법도 알지 못해 오히려 가족 전체를 불행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하찮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인지 살펴봐야 행복을 놓치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