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 내가 물 주는 방법이 맞을까? - 트리안 – Wire p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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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1-04 14:40 조회4,30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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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 주는 방법이 맞을까? - 트리안 – Wire plant
한 아이 이야기
지금부터 저는 한 일본 남자의 어린 시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남자는 1965년에 태어났으니까 지금은 50대, 중년의 아저씨입니다. 이 글을 읽는 아빠들 가운데 1970년대에 초등학교에 다녔던 분이라면 얼추 비슷한 추억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남자의 어린 시절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한 번 들어보세요.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살던 곳 근처에 숲과 개울이 있어서 하루 종일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으며 놀 수 있었지요. 그 무렵 저는 특히 곤충을 좋아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곤충 박사’라 불릴 정도로 아는 것도 많았지요.
때때로 곤충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곤충 도감을 보곤 했는데, 도감에 적힌 대로 반드시 따라 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도감에는 사슴벌레가 야행성이므로 밤에 잘 잡힌다고 적혀 있었지만, 저는 밤보다는 사슴벌레가 잠이 든 아침에 잡았습니다.
또한 도감에는 사슴벌레의 먹이로 수박을 주라고 적혀 있었지만, 저는 수박보다는 오랫동안 썩지 않는 사과를 주었지요.
이 모든 게 제가 직접 해 본 다음 깨달은 산지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될 즈음 동네의 숲과 개울이 없어지며, 곤충에 대한 저의 관심도 사그라졌습니다.
대신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마침 그 당시는 전국적으로 텔레비전 게임이 붐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인베이더’라는 게임을 매우 좋아했는데, 제 중학생 시절의 대부분은 오락실의 인베이더와 함께 지나갔습니다.”
너 참, 잘 자란다!
요즘은 시골에 살더라도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으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많지 않습니다. 두메산골이나 낙도에 살지 않는 한 생활 방식이 모두 도시화된 탓이지요. 하지만 저는 매일 집에서 그런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곤충과 물고기를 잡는 그 아이의 이름은 트리안. 볕이 잘 드는 베란다 한쪽에서 살고 있습니다. 트리안은 늘 친구들과 함께 곤충도 잡고 물고기도 잡으며 뛰어놉니다. 제가 인기척을 내며 다가가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지요. 물론 제 상상 속에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트리안은 가는 줄기와 작은 잎 때문에 언뜻 약해 보이지만, 햇빛만 잘 쬐고 물만 제때 먹으면 왕성한 번식력으로 집 안을 아름답게 꾸며 줍니다. 옆으로 퍼지며 자라는 특정 때문에 벽이나 공중에 거는 화분에 심어도 좋고, 다른 식물과 한 화분에 함께 심어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때를 놓치면 이렇게 되지
그런데 이렇게 밝고 씩씩할 것만 같은 트리안이 가끔씩 사람들을 속상하게 만듭니다.
“며칠 물 주는 걸 잊어버렸더니 그 사이에 죽어 버렸어요.”
이런 하소연을 종종 듣습니다. 분명 번식력이 왕성하고 잘 자란다고 했는데 왜 그리 쉽게 죽는 걸까요? 그 이유는 트리안을 직접 키워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트리안은 줄기가 가늘고 잎도 작기 때문에 한 번에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적습니다. 따라서 물 주는 때를 며칠만 놓쳐도 금세 몸속의 물이 바닥나 버리지요.
약간 말라 버린 정도라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완전히 바싹 말라 버린 잎은 뒤늦게 물을 주어도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살짝 손으로 만지면 매정하게도 바스러져 버립니다. 몇 달 동안 신경 쓰며 잘 키워 주었는데 단 한 번 방심에 시들어 버리다니… 속상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합니다.
‘뭐 그리 참을성이 없어? 하루만 더 참지.’
물은 아이가 원할 때 흠뻑 주자
타지리 사토시田尻智. 어린 시절 곤충 채집을 좋아하고, 더 커서는 열심히 게임을 하던 사토시는 어른이 되어 게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국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포켓몬스터’.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사토시가 포켓몬스터를 개발하는 데는 어릴 적 경험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게임에 빠졌던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간 것이지요.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 ‘사토시’인 것도 자연스레 이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우’이지만.
문득 지금 아이들 가운데 미래의 ‘타지리 사토시’가 몇 명이나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요즘 아이들. 그런데 몇 마디만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물이 부족하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늘 열심히 물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는 필요할 때 물을 못 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3일에 한 번씩 물을 주기로 정했어도 때로는 매일 주어야 할 때도 생기고, 물만 주기로 정했어도 때로는 비료를 주어야 할 때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처음엔 힘들고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언젠가 타지리 사토시가 일본의 한 어린이 신문에 이런 글을 기고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놀기만 한다고 걱정하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열심히 놀았던 경험은 결국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지금 일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제가 친구들과 6년 동안 만든 포켓몬스터 게임은 지금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세요. 그리고 큰 꿈을 품어 보세요.”
아이가 더 시들기 전에, 혹은 아주 말라 버려 원래의 모습으로 못 돌아오기 전에 여러분도 살펴보세요. 우리 아이는 과연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