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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3월, 만물의 생성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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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4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3-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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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시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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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3-10 15:03 조회 4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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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3월, 만물의 생성 원리다

봄빛이 완연하다. 흐르는 시냇물에서는 생기가 솟아나고, 길섶에 도열(道列)한 초목들에는 날로 푸르름을 더해 가고 있다. 길고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가자 도처(到處)에 희망과 기대의 싹들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봄은 축복의 계절인가 보다. 3월은 생명의 계절이고 희망의 계절이며 모두가 추구하고 싶어 하는 행복의 계절이다. 봄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화려해서가 아니다. 탐스럽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주어서도 아니다. 봄꽃은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모진 겨울을 스스로 견뎌내고, 잎사귀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 위에 수많은 봉오리를 터트려 줄 뿐 아니라 희망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봄꽃이 이렇게 아름다움을 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삶의 희망을 노래할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 삶에 생기(生氣)를 불어넣어 주고 희망과 기쁨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가 봄꽃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W. 워즈워드는 <3월의 노래>에서 탄생의 기쁨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닭이 운다./ 시냇물이 흐른다./ 재잘거리는 새떼/ 반짝이는 호수/ 푸른 별은 햇볕 속에 잠이 들었다./…<중략>…/ 산에는 기쁨이/ 샘에는 생명이 있어/ 비 갠 좋은 날은/ 돛 달고 푸른 하늘을 달리는/ 작은 구름 조각이 씩씩도 하다.」 


어느덧 우리에게 3월도 이렇게 다가왔다. 대지를 뚫고 분출하는 생명의 포효(咆哮), 3월은 로마의 군신(軍神) 마르스처럼 생존의 공격적인 몸부림으로 찾아왔다. 예로부터 어른들은 3이라는 숫자는 만물의 생성 원리로 여겼다. 


노자는 ‘셋은 만물을 낳는다’고 하였고, 우리의 전통 무속에서는 아이를 점지해 주고 아이의 병을 다스려 성장을 관장하는 삼신(三神) 할머니를 산신(産神)이라고도 하여 생명의 탄생과 직접 관련을 지었다. 

그런가 하면 또 3을 성수(聖數)로 쳐서 완전함을 뜻하기도 하는데, ‘말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 ‘소경 셋이 모이면 못 읽는 편지가 없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 등에서 셋은 부족함이 없는 숫자이며, ‘부모가 구존(俱存)하고, 형제가 무고(無故)하며, 천하의 영재(英才)를 얻어 가르치는 것을 군자(君子)의 삼락(三樂)’이라 한 것도 역시 그러하다.

또한 공자는 삼계(三戒)라 하여 ‘젊은 시절에는 여색(女色)을, 장년에는 다툼을, 노년에는 이욕(利慾)을 경계하라’고 하였으며, ‘정직한 벗, 성실한 벗, 박식한 벗은 도움이 되는 세 벗(三益友)으로 가까이 하고, 영합하여 비위를 잘 맞추는 벗,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천이 없는 벗, 줏대가 없고 겉만 부드러운 척하는 벗은 해가 되는 세 벗(三損友)’이라 멀리하라고 했다.

그리고 3이라는 숫자는 어디에서나 가장 안전함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우리의 전통 가마솥의 솥발도 세 개요, 깃대를 꽂는 깃봉 밭침도 역시 세 개다. 또 3이라는 숫자는 또 액(軛)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이는(除厄招福) 기원이 배어 있는 주술적 숫자이기도 하다. 

남해안 지방에서는 주로 삼월에 배를 만드는데, 배의 들보를 올릴 때 제주를 3번 붓고, 배를 진수시키는 날이 정해지면 선주는 삼 일을 배 안에서 자고, 3일 동안 굿을 하는 것도 3이라는 숫자가 탄생과 완전, 안전의 근본을 상징하는 무속 신앙의 명제에 근거한다. 


전국 각급 학교의 입학식도 또한 삼월이다. 학교마다 새 생명이 해일처럼 넘쳐흐르는 3월의 학교 마당은 그래서 우리에겐 언제나 기쁨이고 희망이며 청춘의 출발이기도 하다. 신록의 이 3월에 우리 모두 축복의 마음으로 3월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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