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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염송』의 선밀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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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4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3-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법장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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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박사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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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3-10 14:56 조회 4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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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염송』의 선밀쌍전

『조선왕조실록』 태조 4년 을해(1395) 4월 25일 태조는 사신을 총지사(摠持寺)와 현성사(賢聖寺) 등에 보내서 부처님께 천변(天變)을 제거하는 재를 올렸다. 정종 2년 경진(1400) 3월 15일 태백성(금성)이 낮에 나타나 7일 동안 현성사(賢聖寺)에서 기양문두루도량(祈禳文豆婁道場)을 베풀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 국가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올렸던 기양도량이 조선 초까지 이어진 사실을 전한 것이다. 태종 때 종단을 통폐합하면서 선교양종만 남았지만 실제로는 선찰만 남았고 밀교로써 국가 환란과 대중들을 위무하는 선밀쌍전(禪密雙全)이 조선불교의 온전한 모습이고 그 전통은 오늘에도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의 선문을 적시하는 중요한 선적으로 『선문염송(禪門拈頌)』이 있다. 고려시대 수선사(修禪社) 제2세 진각국사 혜심(慧諶)이 역대 선사들의 공안과 후인들의 염(拈)·송(頌) 등을 모아 편집한 것을 후배인 몽여(夢如)가 증보한 불교 공안집이다. 혜심은 석가모니를 비롯한 선종의 역대 조사들의 공안과 착어를 모아 1226년에 간행하였고, 수선사 제3세인 몽여는 다시 347칙의 공안과 착어를 추가하여 1243년에 증보·간행하였다. 


선문의 공안참구를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국불교에서 행세를 하려면 이에 대한 교양은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자리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둔한 머리로 헤아려 보면 많은 공안들은 분별과 무분별의 경계를 무수히 시험하는 것이다. 


『선문염송』의 <불감 혜근(佛鑑慧懃)의 상당>에는, “후대의 선객들이 모두 ‘세존께서 당시에 대답하지 않으셨다’라 하거나 혹은 ‘세존께서 당시에 묵묵히 계셨다’라고 하며, 혹은 ‘말없이 있으셨다’라고 하거나 ‘자리에 기대어 가만히 계셨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이치를 가지고 떠드는 말은 모두 식정(識情)에서 나온 분별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어리석은 선객이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를 전하고 방을 떨치고 나아가도 눈 밝은 스승은 오히려 한탄할 뿐이다. 


동아시아에 존재하는 선문은 인도불교와 동아시아를 아득하게 벌려놓은 소통하기 힘든 장벽처럼 보인다. 인도불교사를 보면 밀교는 4, 5세기 이후 논리학을 세워 비로소 진언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다. 밀교경전의 인도주석은 모두 후기중관파, 혹은 유가행중관파의 논리적 서술이다. 나가르주나의 이제설과 유식의 논리가 만나 무분별지를 이끌어 낸다. 선문에서 분별을 말하는 것은 무분별지를 담보로 말한 것이다. 달마가 전한 『능가경』은 중관의 관문이다. 눈 밝은 조사들치고 인도의 경권을 소홀히 한 스승은 없었다는 뜻이다. 


『선문염송』에는 <밀암 함걸의 거>가 있다. 밀암 함걸(密庵咸傑, 1118~1186) 선사는 송 시대 복건성 출신으로 응암 담화(應庵曇華)의 법제자이다. 여러 총림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응암 선사를 참알했다. 응암 선사가 방장실에서 묻기를, “무엇이 정법안(正法眼)인가?”하자 밀암은 “깨진 사기그릇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응암 선사를 수긍하고 밀암을 법제자가 되게 하였다. 무슨 뜻일까? 선문답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간략히 말하면 정법안장을 말하는 순간 이미 분별에 떨어진 놀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답한 것이다. 


『선문염송』의 <거>에서 밀암은, “대중 가운데 황면노자의 주인이 되어 줄 사람 있는가? 있다면 나와서 나, 오거와 한번 만나 보자.” 잠깐 침묵하다가 “훔!” 하고 소리쳤다“라고 한 대목이 있다. 여기서 오거는 밀암이 오거사(烏巨寺)에 거주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침묵 뒤의 훔[良久云, “吽!]을 모르는 진언문의 논객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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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후기의 승려 혜심(慧諶)이 편찬한 선문공안집(禪門公案集) 『선문염송(禪門拈頌)』/대전광역시 시도유형문화재 제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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