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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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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2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1-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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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이상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자유기고가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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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1-07 13:45 조회 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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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총지로여는삶 (4회)

왕 노릇

 <삼국유사>는 고려말 일연스님이 불교적 관점으로 쓰신 아주 귀한 책입니다. 7백 년 전에 기록한 2천 년 전의 일들을, 그것도 경주를 중심으로 신라 귀족들과 왕궁에서 일어난 일들을, 지금의 일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여러 번 읽고 생각해 봅니다.

 

  35대 경덕왕은 충담을 불러, 자신을 위해 노래를 지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기파랑을 찬미하는 노래를 지어 사람들이 그 뜻을 기리도록 한 스님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충담은 찬미하는 노래가 아닌, 왕의 도리를 강조하는 각성을 권하는 노래를 지어줍니다. “왕은 아버지요, 신하는 어머니며, 백성은 자식들입니다. 백성을 버리고는 왕노릇을 할 곳이 따로 없으니 이들을 먹여 살리려 할 때 나라를 지닐 수 있습니다. 아, 임금답고 신하답고 백성다우면 나라가 태평합니다.”라고요.


  경덕왕은 아들이 없자 표훈을 시켜 천제의 뜻을 물어보게 합니다. 딸은 되지만 아들은 안 되며 아들을 얻으면 나라가 위태롭다는 천제의 말을 듣고도 아들을 부탁했으니, 나라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한 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왕의 간청을 천제는 들어주고, 충담은 거절한 셈인데, 왕께 거침없이 조언을 드린 충담의 기상도 돋보이고, 자기중심적인 지도자는 조직을 위태롭게 할 수 있으니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잘 드러난 기사입니다.

 

 31대 신문대왕은 선왕이신 문무왕을 위해 감은사를 짓고 ‘만파식적’을 얻습니다.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는 개이고, 바람이 자고 파도가 잦아져서 이름이 만파식적이 되었습니다. 기이한 이야기라고 김부식이 빼버린 이야기를 일연스님은 중요하게 여겨서 유사에 기록했습니다. 

  

 나라에 각종 문제가 생겼을 때, 왕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적임자를 뽑아 일을 맡기는 것이고, 둘째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왕이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거나, 믿음이 부족해 변덕을 부린다면 일이 제대로 해결되기 어려울테니까요. 아마도 만파식적은 음악의 순기능을 강조한 기사가 아닐까 나름의 해석을 해 봅니다. 

 

 만파식적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32대 효소왕이 대현 살찬의 아들 부례랑을 화랑으로 만들어 무리를 이끌게 했는데, 부례랑이 통천쯤에서 북쪽 오랑캐에게 붙잡혀 가니, 무리는 흩어지고 안상만이 쫓아 갑니다. 부모가 백률사 관음보살상에 기도하니 관음보살이 스님으로 부례랑 앞에 나타나 만파식적을 두 조각으로 만들어 부례랑과 안상을 태우고 스님은 거문고를 타고 마침내 돌아옵니다. 왕은 백률사와 관음보살상에 공양을 올리고 안상 등 관련자들에게 각각 상을 내립니다.

 

 얼마 후 혜성이 동쪽과 서쪽에서 차례로 나타나므로 점을 쳤더니, 모두 상을 받았으나 만파식적과 거문고가 받지 못해 그렇다고 하여, 만만파파식적으로 이름을 높여줍니다. 문제의 해결에 뒤따르는 논공행상의 문제인데, 사물에까지 공을 인정하고 상을 내린다면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인정받는 조직이 결속력도 강하고 그런 조직의 리더가 존경받는다는 내용이 잘 드러납니다.

 

 일연스님이 제시하는 왕노릇은, 첫째 인기보다 자신의 역할에 주목하는 자각, 둘째 임무를 맡기면 끝까지 기다려주는 믿음, 셋째 임무를 마친 후 빠짐없이 공로를 챙겨주는 자상함이라고 정리해 봅니다. 우리는 모두 내 한 몸의 왕입니다. 몸을 존중하고, 구석구석에서 보내오는 갖가지 신호를 맑은 정신으로 알아채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며, 긍정적인 해결에 대한 믿음으로 자기다운 충실함을 지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총지종도가 되길 서원합니다. 옴마니반메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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