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민주주의, 그리고 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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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2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1-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니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1-07 13:13 조회 18회본문
불교 승가 민주주의 가장 이상적 모습, 강요된 안정보다 소통 이룬 화합 소중
영어 단어 리퍼블릭(Republic)은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온 말입니다. ‘공공(publica)의 것(res)’이라는 뜻으로 이를 영어로 직역하면 커먼웰스(Commonwealth)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1845년에 지리학자 미츠쿠리 쇼우고(箕作省吾)가 ‘공화(共和)’라는 번역하였고, 중국에서는 민국(民國)으로 번역하였는데 우리나라는 이 두 번역어를 모두 쓰고 있습니다. 공화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주(周)나라 여왕(厲王, 재위 기원전 877~기원전 828)이 폭정을 하자 기원전 841년에 국인(國人)들이 봉기하였습니다. 왕은 서울을 탈출해 체(彘, 현재의 산시성 훠저우시)로 피하였는데 이 때문에 주정공과 소목공이 대신해 국가를 운영하였습니다. 여왕(厲王)이 서거한 14년 동안 왕이 없이 합의에 의해 운영하였기 때문에 공화(共和)라고 하였습니다.
리퍼블릭(Republic)은 왕이 없이 나라가 운영된다는 의미에서 공화를 번역어로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민국(民國)이 더 적절한 번역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 중국에서 국인(國人)은 지배층을 가리키는 말로 피지배층은 민(民)이라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인과 민을 합쳐서 인민(人民)이라고 하는 말은 역사적으로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民主主義)란 단어도 democracy의 번역어로 민중(demos)에 의한 지배(cratia)를 의미합니다. 역시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나타나 있습니다.
불교의 승가(僧伽)는 산스크리트어 상가(sangha)의 번역어로, 승가는 본래 무리(衆)를 의미하였습니다. 당시에는 동업조합으로서의 길드(guild)같은 경제 단체나 종교 단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신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같은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를 의미했습니다. 구성원은 평등하며 동일한 규범에 복종하고 그 가입과 탈퇴는 자유 의지에 의한 것입니다. 승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그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가리켰지만 독특하게 부처님도 승가의 일원임을 자처하였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포살과 자자의식에 승가 구성원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교만에 대하여 자자(自恣, 자기참회)를 행하노니, 나에 대하여 무엇을 보고,
무엇인가 듣고, 또는 나에게 의심을 지니신 분이 있다면 나를 불쌍히 여겨
부디 지적해 주오 죄를 알면 마땅히 고치리이다." -율장 대품/자자건도-
안거가 끝나면 행해지는 자자는 그 대중의 웃어른에서부터 차례로 대중 앞에 나와서 무릎 꿇고 손을 합장하여 높이 들고 의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부처님이 가장 먼저 대중 앞에 무릎 꿇으시고 자자를 행하셨습니다. 저는 불교의 전통에서 이 장면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의 통제에 커다란 구실을 하였던 초기불교의 포살과 자자의 참회의식은 대승불교에 와서 그 의미가 크게 확대되고 깊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이런 의식을 통해 승가가 명맥이 이어졌습니다. 민주주의를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따르는 체제라면 승가는 민주주의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계엄령 사건을 보면서 힘에 의한 당장의 강요된 안정보다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 화합이 더 소중함이 느껴지는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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