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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엄식(雜華嚴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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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0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12-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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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니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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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12-09 12:22 조회 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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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엄식(雜華嚴飾)
화엄은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의 모습 ‘어우러짐’은 불교 용어로 연기(緣起)

화엄은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의 모습 

‘어우러짐’은 불교 용어로 연기(緣起)


종교적 공간은 성스러운 곳으로 수많은 종교적 상징물로 장식한다. 한옥에서는 방과 대청마루의 윗부분이 다르게 조성되었다. 한옥에서 방은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공간으로 앉아 있는 어깨 위 공간으로 한길 높이 정도를 더한 여유를 두었고, 대청마루는 드나들 때 서서 이용하는 공간으로 서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어깨 위 한길 정도 높이를 두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되어 직접 보이는 형태가 바로 ‘천장(天障)’으로, 하늘을 막고 있는 부분을 말한다는 것이다.


방의 윗부분을 평평하게 마감한 것을 반자(斑子)라고 한다. 서까래를 가려서 평평하게 만드는 시설이다. 오늘날 아파트에는 천장이 곧 반자처럼 평평하게 되어 있으니 전통 한옥의 방과 대청의 윗부분이 다르게 되어있는 것과 다르다. 그런데 복잡한 건축상의 용어는 비껴가고 사찰의 경우 천장을 천정(天井)이라고도 한다. 우물 정자를 썼는데 종교적 의미로는 하늘로 향하는 통로로 이해하면 좋겠다. 당연히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다. 이를 화엄(華嚴)의 꽃이라는 명칭을 부여하였는데 나름 수긍되는 면이 있다. 


종교적 시설물에서 천장에 화려한 벽화를 그려넣어 많은 사람들의 찬탄을 불어온 것으로 이탈리아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가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인데 성경의 창세기 내용이라고 한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크기가 41.2×13.2m에 이르는 거대한 그림으로 하이 르네상스 시기인 1508년에서 1512년에 걸쳐 제작되었다. 천장 끝으로 내려지는 벽 정면에 보이는 벽화가 <최후의 심판>이다.


미켈란젤로는 하이 르네상스(High Renaissance)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라파엘로보다 더 오래 살았다. 대개 하이 르네상스를 1490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때를 시점으로 삼고 1527년 로마가 파괴된 때를 종점으로 삼는다. 레오나르도와 라파엘로는 1519년과 1520년에 각각 죽는데, 미켈란젤로는 1527년 사코 디 로마가 일어난 이후에도 활동하여 1536년에서 1541년에 걸쳐 <최후의 심판>을 같은 성당의 제단 벽화로 그렸다. 


조선시대 사찰의 전각을 세우고 장식하고 불화를 그린 사람을 편수(片手)라고 불렀다. 그들의 이름이 남아있지만 조선에서 승려는 천인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에 널리 알려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것들을 보면 그 미세한 공정을 어떻게 감당했는지 감탄스럽다. 화엄(華嚴)이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뜻의 잡화엄식(雜華嚴飾)에서 나온 말이다. 꽃은 세상의 모든 만물을 뜻하는 것으로 화엄은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상징한다. 


어우러진다는 것은 불교 용어로 한다면 연기(緣起)이고, 그 양상은 하나의 작은 티끌에 온 우주가 담겨있고, 모든 티끌이 모두 이와 같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라는 말로 표현한다. 말하자면 불교의 우주관이라고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의 기독교적 우주관인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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