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무가 한 나무 되어 서로 보듬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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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1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12-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오기순 필자법명 - 필자소속 벽룡사 필자호칭 교도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12-05 12:28 조회 71회본문
오대산 월정사 관불을 다녀와서
‘11월 2일 토요일 강원도 오대산 7시 30분 출발’ 인터넷에 공지가 올라왔을 때부터 마음이 약간 설레었습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서 제시간에 벽룡사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11월 날씨답지 않은 포근한 아침이라 보살님, 각자님들 모두 산뜻한 차림으로 오셨습니다. 사원에서 미리 준비해 두신 봉고차 두 대에 각각 나뉘어 몸을 싣고 출발한 ‘벽룡사호’는 순조롭게 긴 차들의 대열에 끼어 고속도로에 들어섰습니다.
11월의 따뜻한 햇살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느껴지는 이른 아침, 오늘 하루 무사히 산행을 잘 마칠 수 있게 전수님 집공 하에 간단한 불공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완연히 가을 단풍으로 물든 붉거나 샛노란 산들을 만끽하며 감탄사를 연발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 준비해온 간식들을 먹으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 동안 차는 어느덧 문막 휴게소를 지나 진부를 넘어갔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인 현경옥 보살님 댁에 도착했을 때는 떠나올 때와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문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 주시는 보살님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집안으로 들어서 따뜻한 온돌방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과 마주하니 소중한 인연 사이에서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정오가 될 즈음 우리의 진짜 목적지인 오대산 월정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상원사 가는 길은 쭉 이어진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돌고 돌아 족히 한 시간을 걸려 상원사 주차장까지 와서야 내릴 수 있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조심조심 상원사 대웅전을 올라가는 계단은 전수님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을 만나 뵙고 참배하고 내려가는 길은 계단을 피해 비교적 수월했답니다.
그 사이 전수님은 늘 공보살님을 기다리고 찾느라 늘 애태우셨습니다. 공 보살님은 중국에서 와서 혼자 한국에서 일하시는 공위메이라는 분으로 우연히 벽룡사 간판을 보고 찾아오셨고, 처음으로 오늘 행사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전수님께서는 혹시나 공보살님을 잃어버릴까봐 세심하게 마음을 쓰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다시 차를 타고, 일부는 상원사에 섭다리를 거쳐 월정사 주차장까지 걸어서 내려오는데 한 시간이 더 결렸답니다. 저와 전수님, 각자님 한 분은 차를 타고 월정사 주차장까지 와서 전나무 숲길을 2km 넘게 산책을 하다가 상원사에서 걸어 내려오시는 보살님들과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보니, 혼자서 하늘을 향해 대쪽같이 쭉쭉 벋은 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두 나무가 한 나무가 되어 서로 보듬어 안고, 한 나무가 또 두 나무가 되고 의지하며 하늘 높이 같이 가는 모습에서 우리 부부의 모습을 모는 것 같아 숙연했습니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저녁 공양을 위해 오대산 산채나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공양은 행대호 보살님의 각자님이 내신다고 일찌감치 예약을 한 상태라 식당은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각자님들은 곡주 한 잔씩을 나누어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스승님들은 가는 곳마다 반갑게 맞이 해주는 사람들과 유쾌한 미소를 나누셨습니다.
오늘 여행의 마지막을 향해 우리는 다시금 차에 올랐습니다. 어느덧 캄캄해진 강원도 산야를 바라보며 일부는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차는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려 휘황찬란한 천국 같은 서울에 입성해 벽룡사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벽룡사에서 다시금 신림동 쪽과 반대 방향의 차량 두 대로 나누어 정사님과 김대현 각자님이 일일이 모셔다드렸습니다.
저는 수원행 전철을 타고 집에 오니 밤 10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반겨 맞아 주는 각자님께 오늘 이야기를 하며 갈 때 매고 간 가방을 풀어보니 왕승훈 보살님의 정성이 담긴 봉지엔 과자며 약밥이며 깎은 감까지 또 낮에 현경옥 보살님이 싸준 촉촉한 까망콩이 알알이 박힌 백설기와 팥이 듬뿍 든 찐빵까지. 우리 벽룡사 여행은 정말 알차고 보람되고 즐겁고 결코 잊지 못할 여행으로 기억하고자 그리고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 이 글을 남깁니다. 성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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