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지혜로 새해 을사년(乙巳年)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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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1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12-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설법 서브카테고리 왕생법문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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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12-05 12:17 조회 77회본문
우리는 선조들이 해마다 육십갑자로, 또는 동물로 한 해를 표시해서 생활에 활용했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가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천지자연의 이치에서 터득한 여러 가지 삶의 지혜를 전통 속에 간직해 왔습니다.
이 육십갑자는 열 개의 글자로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는 천간과 열두 개의 글자로 땅의 기운을 나타내는 지지를 합쳐서 이르는 말입니다. 이 지지는 동물로 대비하여 여러 가지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육십갑자는 방위를 나타내는 기호로 쓰이고, 운명을 예지하는 점술에도 사용되고, 계절, 달을 표시하기도 하고, 시간을 나타내는 데도 사용하는 등 매우 다양하게 쓰여 왔고, 지금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또 이 육갑은 의술 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생활 전반을 통하여 큰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단기나 서기 대신에 육갑으로 표시했었고 농사의 지침으로도 삼았습니다. 그 육십갑자 중 뱀은 중요한 의미와 소중한 동물로 간주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해 보통 뱀은 간교한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선조들은 뱀을 신성하게 보았습니다. 집안에 있는 구렁이는 ‘업구렁’이라고 하여 재산을 지키는 신성한 동물로 여겼고, 이 구렁이가 집 밖으로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불교경전이나 설화 가운데에는 나쁜 업을 지은 과보로 뱀의 몸을 받은 경우가 있고, 우리 육신에 대한 비유로서의 뱀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조선시대의 설화입니다.
금강산 돈도암이란 암자에 수십 년 동안 수도를 하여, 곧 견성을 하게 될 홍도란 스님이 있었는데, 마침 병이 들어 며칠간 방에만 있다가 그날은 하도 답답해서 밖으로 나가 소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옷을 벗어서 한 켠에 놓고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벗어놓은 옷을 날려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스님은 화가 나서 신경질을 부리며 “부처도 소용없고, 팔부신장이란 것도 믿을 것이 없구나. 나처럼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도 그렇고 바람까지 불어서 병든 나를 괴롭히니 이래가지고 불교에 무슨 영험이 있다고 할 것이냐!”하고 부처님을 비방하고 팔부신장에게 욕설을 퍼부어댔습니다.
그랬더니 그날 밤, 꿈속에 토지신이 나타나서 현몽하기를 “네가 중노릇을 하고 공부를 하여도 헛수고노라. 불자는 자비로서 집을 삼고, 인욕하는 것으로 옷을 삼으라고 하였는데, 그까짓 병을 좀 앓고 바람에 옷을 날렸다고 진심을 내다니 그래가지고 무슨 공부를 하였다고 할 것이냐? 부처님도 정한 바 업은 면하지 못하고 과보를 받으셨거늘 너 같은 초발심 비구가 무엇이 그리도 대단하다고 그러느냐. 네가 병이 난 것도 네 업보요, 바람이 분 것은 도량신이 너의 공부를 시험해 보려고 한 것인데 그걸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려 팔부신장과 도량신을 불안케 하니 그 무슨 체통없는 짓이냐?” 하고 꾸짖더니만 느닷없이 구렁이 껍데기를 씌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구렁이가 된 홍도 스님은 돌담 속으로 몸을 숨기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 수행승 한 분이 돈도암을 찾아오게 되었는데 석가래 같은 굵은 구렁이 한 마리가 마당에서 기어다니고 있으므로 그 스님은 한편으로 깜짝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한 생각이 들어 합장하고 ‘나무대방광불화엄경’을 세 번 외우고서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라는 화엄경의 요지를 일러 주었습니다. 이 말은 ‘만일 사람이 삼세의 부처님을 알고자 하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이 모두 마음으로 지은 것임을 알라’하는 뜻입니다.
그러자 이 구렁이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꼬리를 아궁이에 넣어 재를 묻혀서 부엌 바닥에 글을 쓰더랍니다. 그 내용은 구구절절이 성낸 것을 후회하고 다른 이들에게 진심을 내지 말도록 당부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설화는 우리에게 탐진치 삼독 가운데 진심, 곧 성내는 것이 얼마나 독이 되는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업보로 뱀이 된 이야기가 수없이 많은데 한결같이 좋지 못한 업을 지어서 뱀이 된 이야기입니다. 『독사비유경』이나 『안수정등』에 나오는 비유에서는 뱀은 지수화풍의 4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생들이 애지중지하는 이 육신은 본래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이 인연 따라 일시적으로 모인 것일 뿐 영원한 것이 아니라 독사를 품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뱀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였습니다만 사실 우리는 세상 그 무엇도 그것 자체에는 선과 악이 따로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뱀이 징그럽다고 하지만 뱀탕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보약 노릇을 하고, 땅꾼들에게 뱀이 밥줄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모두가 불성을 소유한 고귀한 생명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의 생각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본질과는 다르게 악의 화신이 되기도 하고 선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기독교인들은 뱀을 사탄이라고 하지만 아프리카 어느 종족은 뱀을 신으로 섬기고 우리 조상들도 구렁이를 ‘업’이라고 하여 재물을 불리는 좋은 신으로 여겨 왔습니다.
그러나 뱀은 뱀이지 사람들이 뱀을 좋게 본다고 좋아지고, 나쁘게 본다고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단순해 뱀에 대한 문제점만이 아니고 진실을 파악하는데 우리는 선입관이나 관념이 오히려 방해가 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 선사는 “지극한 도를 깨닫기는 어렵지않다. 오직 차별을 꺼릴 뿐이다. 단지 스스로 좋다, 나쁘다 하는 분별심만 내지 않으면 도는 명백히 들어난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승찬’이라는 중국의 스님이 ‘신심명’에서 밝힌 유명한 법문인데 사실 우리가 사물을 볼 때나 앞일을 예견할 때나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뱀은 겨울잠을 자는 파충류입니다. 뱀이 겨울잠을 자는 것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따뜻한 봄철을 기다리는 슬기입니다. 몸에 털이 없는 동물이므로 겨울의 혹한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겨울 한 철을 땅속에서 죽은 듯이 지내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 생활입니까? 뱀이 한 겨울 땅 속에서 슬기롭게 봄을 기다리듯, 조바심을 내지 말고 느긋하고 묵묵히 기다리며 일해 나갈 줄 아는 지혜, 자기를 다스리는 생활, 자신의 이웃을 두루두루 보살피는 생활, 후회하지 않은 보람된 생활을 꾸려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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