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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밀쌍수 『밀교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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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4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5-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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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전 동국대학교 티벳대장경역경원 필자호칭 연구원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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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5-03 13:59 조회 2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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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밀쌍수 『밀교집』(3)

불교를 공부할 때 중국의 화엄과 천태의 과목을 이수하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다. 우리말과 다른 언어와 중국 특유의 문학성은 필자같은 둔재에게도 갈 길이 멀게 만들었다. 학문은 문자와 개념이 존재하고, 다양한 사유의 덫을 깔아 놓는다. 학문을 생업으로 삼게 되면 논문에 권위 있는 학자들의 글을 인용하고 제2, 제3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최근 논문들은 갈수록 어렵고 장벽이 높아진다. 많은 학술지가 있지만 여전히 논문투고는 어렵다. 무명의 심사자들에게 잘못 걸리면 논문투고의 탈락률만 높아진다. 자신과 세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학자의 일상사인 것 같다. 이런 학계의 상황은 밀교학도 비껴갈 수 없다. 

원정대성사의 법문을 모은 ????종조설법집????을 볼 때마다 밀교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대성사의 가르침은 진언행자의 수행을 이끌고 세간법문은 불자의 삶을 제시한다. ????종조설법집???? 가운데 대성사는, “이 감각을 마음에 머물게 한 것이 자성만다라다. 자성이라 함은 마음속에 비장(秘藏)한 인간의 무한의 에너지이며 깨달음이란 이렇게 가장 순화된 에너지가 완전 연소될 때에 일어나는 일찰나이며 하나의 정적이다”(????종조설법집????, p.33)라고 하였다. 대성사는 당신의 오도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찰나의 정적’이란 말은 필자로 하여금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감각을 마음에 머물게 한다’라는 말은 감각을 자성만다라로 관조하는 진언문의 수행이다. 

대성사의 법문은 보다 더 쉬운 살아있는 길을 제시한다. 감각은 생명과 삶을 이끌며 인간에게 있어 호흡이자 육신을 지탱하는 삶이다. 대성사의 법문에서 개인적으로 순간 학자의 치장을 벗어던지고 만다라의 마당에 노니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느꼈다. 화엄과 천태의 담장을 허물고, 선사들이 남긴 말에 또 다른 상상력을 동원하는 고민을 덜게 되었다. 어설프지만 대성사의 가르침에서 시시콜콜한 일상의 삶이 찰나 환희로 바뀌고 약간 견뎌낼 용기를 얻는다. 

????밀교집????에는 준제진언이 나온다. 최초 준제진언의 출처는 지바가라가 685년에 번역한 ????칠구지불모심대준제다라니경????이다. 이역본은 금강지역과 불공역의 것이 있다. 선무외삼장은 준제법만 따로 구성한 준제법을 역출했는데 이것은  인도원전에 보다 가까운 역본이다. ????밀교집????에는 준제주의 결인법과 포자법을 경전인용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경전인용은, “‘만약 지혜를 구하면 큰 지혜를 얻는다”라 하였고 대륜일자주(大輪一字呪)인 ‘부림’에 대해서는 문수보살의 심진언으로 ????밀교집????의 별기에는 이 주만을 별도로 외워도 속히 성취한다 하여 많은 선가의 납자들이 즐겨 암송했다.  

????밀교집????은 많은 진언들로 이루어져 있다. 출세간 진언들은 오도를 위해 필요하지만 세간실지를 위한 진언들은 불보살의 위신력과 구호력을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 진언은 밀교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선사들은 진언을 공부하고 밀교를 공부했다. 4세기 미륵은 ????유가사지론????에서 대승의 보살은 다라니에 능통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경허선사는 항마진언과 준제진언을 가르쳤다. 경봉선사도 필사본 ????밀교집????을 남겼는데 책명은 같지만 이것은 관세음보살릐 42수 진언을 모은 것이다. 불보살의 위신력을 모르면 대승의 근기가 아니다. 법신·보신·화신의 경계를 알지 못하는 선사는 구두선(口頭禪)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선의 경계가 높을수록 불보살의 신세 지는 것을 더욱 어려워하고 감사하는지 모를 일이다.  

달마대사는 중국에 건너와서 언어의 유희와 치장을 좋아하는 중국의 풍토를 경험했다. 달마대사는 말을 더하지 않고‘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강력한 처방전을 써주었다. 한국과 동아시아 다른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선어록????에는 거친 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마른 똥막대기’, ‘강아지에게 불성이 없다’, ‘어금니에 이빨이 난다’ 이 거친 말들은 일상에서 진리를 찾으라는 선사들의 가르침이다. 밀교경전 가운데 감각의 세계마저 진리로 직관하는 고도의 의례는 ????이취경????과 경전의 만다라에 나온다. 거친 말을 구사했던 선사의 오도와 밀교의 의례의 정신이 교감하는 경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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