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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의 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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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4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7-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함께 읽는 종조법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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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윤금선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작가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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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7-11 13:15 조회 6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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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의 전래

윤금선 작가와 함께 읽는 『종조법설집』


제1장 교상과 사상 편 

제1절 밀교란 무엇인가


2. 정통밀교(正統密敎)는 조직(組織)과 체계(體系)를 갖춘다.

경전(經典)의 종류를 소승(小乘), 대승(大乘), 밀교(密敎)로 구분(區分)하여 하나하나 검토(檢討)해보면 소승에 속하는 장아함경(長阿含經), 장부경전(長部經典) 중에도 대회경(大會經)과 같이 밀교적(密敎的)인 것도 있고 팔리어성전(聖典) 가운데는 밀주(密咒)도 있다. 또 초기대승경전(初期大乘經典)에 속하는 법화경(法華經)은 다라니를 설했고 본연부(本緣部)에 속하는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보요경普曜經)도 밀교적(密敎的)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밀교적 이라고 해서 반드시 밀교가 아닌 것을 주의(注意)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통력(神通力)이나 주문(呪文) 등은 밀교적이기는 하지만 밀교는 아니다. 

정통적 밀교는 반드시 조직과 체계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그것은 유사밀교(類似密敎)다. 바른 밀교는 인간과 자연계(自然界)를 완전히 조화(調和)하여 파악(把握)한다. 특수(特殊)한 것 가운데서 일반성(一般性)을 인식(認識)하고 개개의 류(類)에서 실현(實現)한다. 개개의 인간은 고립적(孤立的)인 존재(存在)가 아니고 모든 인간과의 관련(關聯)을 가지고 존재(存在)가 아니고 모든 인간과의 관련(關聯)을 가지고 존재(存在)하므로 이것을 밀교에서 중중제망(重重帝網)이라고 한다. 또 인간과 자연계가 따로 다른 존재가 아니고 인간은 자연계의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고, 자연계는 인간에 의하여 실현(實現)된다. 어느 것이 어느 것에 종속(從屬)되는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모든 것에 종속하는 것이다. 한조각 풀잎에도 우주정신(宇宙精神)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밀교에서는 육대(六大) 사만(四曼) 삼밀(三密)의 법신체(法身體)로 보고 육대연기(六大緣起)라고 하며 색심불이(色心不二) 즉 당상즉도즉사이진(當相卽道卽事而眞)의 부정(否定)이 아닌 현실긍정(現實肯定)의 교리(敎理)가 성립(成立)되는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


밀교란 무엇인가, 그것도 바른 밀교의 교상과 사상에 이르면 아무래도 어려워진다. 진언과 다라니, 혹은 신통력과 같이 단편적인 요소만을 밀교로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핵심 사상을 이해해보기로 한다.


첫 번째 주목할 단어는 ‘중중제망’이다. 제망이란 제석천의 그물로, 인드라망이라고도 한다. 고대 인도의 신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신의 제왕이 인드라신인데 그 곳에는 그물이 있다고 한다. 이 그물은 하늘을 덮을 정도로 거대하며 그물코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슬이 달려있어 서로가 서로를 비추고 있다. 그것이 끝없이 중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중중제망’이고, 깊고 넓은 바다와 같이 무수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제망찰해’이다. 이 세상 만물은 다면적이고 다층적으로 아주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담이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축구경기에서 역전 골을 넣은 황희찬 선수가 골 세리머니를 했을 때 어깨에 새겨진 인드라망 타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람과 나무와 풀, 새와 물고기와 네 발 달린 짐승, 그리고 해와 달을 형상화한 이 문양은 지리산 실상사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가치를 표현한 것으로서 우주의 삼라만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근원이자 의지가 되어준다는 의미이다. 상상 속의 인드라망이 공존과 공생, 생명과 평화의 엠블럼이 된 셈이다.


불교사상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연기사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기며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진다. 모든 것은 홀로, 독립적으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자성이 없다. 그러므로 무아이다.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하므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과법, 인연법이라고도 하는 연기사상은 솔직히 너무 단순하고 당연하여 모르는 사람도 없고 부정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히 그러한 인식과 지혜로 살아가고 있는가 했을 때 자신 있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로 알아야 할 단어는 색심불이, 당상즉도, 즉사이진이다. 우주 만물은 상호의존적인 연기의 관계를 맺고 있기에 안과 밖, 앞과 뒤, 개별과 전체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경계가 없다. 무수히 넘나들고 주고받는다. 이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고 객관대상과 주관이 둘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나아가고 마침내 나와 우주가 한 몸이라는 사상으로 승화한다. 하나하나의 현상계가 그 자체로 진리가 된다. 그것이 법신불이다. 


물질과 정신을 이루고 있는 존재의 기본 요소를 지, 수, 화, 풍, 공, 식, 여섯 가지로 설명하되 밀교에서는 이 6대를 현상의 원소일 뿐 아니라 우주의 본질이자 법신 대일여래의 본체로 본다. 또한 이 세상은 법신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수많은 부처와 보살들이 성스러운 존상인 대 만다라, 지물과 수인으로 표현하는 삼매야 만다라, 문자로 표현하는 법 만다라, 모든 위의와 행위인 갈마 만다라를 두루 갖추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몸으로 짓고 입으로 짓고 뜻으로 짓는 우리의 모든 의도와 행위는 법신 대일여래와 다름이 없다. 현교에서는 삼업이라고 하지만 밀교에서는 삼밀이라고 한다. 말과 행동과 마음이 모두 법신불이기에 신비로운 것이고, 법신불의 작용임에도 어리석은 중생들은 알 수 없고 경험할 수 없어 신비로운 것이다. 모든 현상은 법신불이 나투는 것이기에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과 뜻은 그대로 진리가 된다. 법신불의 삼밀과 중생의 삼밀 사이에 차이가 있고 틈이 있다면 이를 일치시키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서, 본래부터 갖춰있는 진리의 본체를 자각하고, 찾고, 일치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밀교 수행이다. 색심불이, 즉 대상과 마음이 둘이 아니고, 당상즉도, 현상이 곧 진리이며, 즉사이진, 낱낱의 일들이 모두 진실임을 깨닫는다면 번뇌가 보리이고 생사가 열반이며 중생이 부처인 대긍정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한조각 풀잎에도 우주정신이 들어있다. 너무 자주 들어서 익숙하다고 흘려버릴 단순한 말씀이 아니다.


윤금선 (BBS 「무명을 밝히고」 「거룩한 만남」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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