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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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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2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07-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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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리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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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07-07 13:42 조회 8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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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재구성

불교는 그 시작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변화를 하였습니다. 인도에서는 크게 유식학과 중관학이 성립하여 교리적으로 커다란 발전을 이뤘다고 합니다. 이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면서 인도 문명과 중국 문명의 만남이라는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사건의 하나가 일어났습니다. 불교의 전래는 중국 문명에는 없었던 새로운 사상의 흐름을 일으켰고 중국의 사상에 새로운 깊이를 더했다고 평가됩니다. 특히 중국의 유교는 지배층에게 통치의 논리를 제공하였고 피지배층을 교화 내지 통제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불교는 바로 그 피지배층을 위한 종교로서  새로운 복음(福音)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불교는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널리 유행하였습니다. 한글이 창제되면서 백성들에게 널리 전파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불경을 언해하여 보급하였지만 유학자들에 의해 불교가 억압받으면서 한글 불경의 보급은 맥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불교는 조선 왕조 내내 유생들의 혹독한 탄압으로 교세가 위축되었고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한문 경전을 익히는데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지배층인 유생들의 탄압을 완화하기 위해 그들과 교류에 적극적이었고 한문에 대한 이해는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19세기 기독교가 전래되고 성경의 한글 번역이 이루어지면서 한글이 기독교가 널리 전파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지요.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전개된 세계사적 사건은 다름 아닌 과학의 발달이었습니다. 18세기 과학혁명이라고 명명될 정도로 본격적인 과학의 발전은 20세기에 들어와서 가속화되었고 특히 인간과 우주의 기원과 관련된 물리학과 생물학의 발전은 경이로울 정도라고 합니다. 인간과 우주의 기원은 종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리의 한 분야이지만 더 이상 종교적인 설명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불교는 이런 현상에서 오히려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역학이 불교를 새롭게 이해하는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어떠한 종교이든 그 발생에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의 언어로 항상 새롭게 재구성되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대이후 특히 과학과의 경쟁에서 점차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생물학으로 진화론이 등장하고 창조론을 무너뜨리게 되면서 서구 사회에서 기독교가 쇠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계시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과학의 언어로 재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불교가 뜻밖에 과학과의 친연성이 두드러지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일정한 성취를 이루었지만 불교와 관련이 없는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불교를 들고 등장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박문호라는 과학자가 있는데 특히 뇌과학과 관련한 일련의 저서를 내면서 불교방송에서 강연을 통해 현대 과학과 불교의 접목을 시도하였습니다. 덕분에 불교신자들에게 그 어렵다는 뇌과학에 대한 공부를 하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거리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강신주는 수많은 베스트셀러 저작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선불교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가장 의외인 사람이 바로 이진경입니다. 1980년대 사회구성체론을 들고나와 학생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준 사람으로 이진경은 이 때 사용한 필명으로 현재도 본명을 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불교를 철학하다라는 책을 출간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불교방송에서 철학이 묻고 불교가 답하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지요.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21세기의 용어로 재해석하는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불교의 새로운 탄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시작한 중국의 불전한역(佛典漢譯)이나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이후 시도한 불경언해(佛經諺解)와는 약간 다르지만 동시대(同時代)의 언어로 불교를 다시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기원전후에 인도에서 일어났던 대승운동과 그 결과물로서의 중관학과 유식사상이 탄생한 것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과학과 불교의 융합은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불교로의 재탄생을 가져올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이 불교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단의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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