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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살의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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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9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2-12-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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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8 05:18 조회 1,6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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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살의 아름다운 세상
가을산이 들려준 이야기

올 가을 유난히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산이 아름답습니다.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무들이 단풍들고 낙엽이 지는 것이 아름다움을 주기 위해서만은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산책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숲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곧고 쭉 뻣은 키가 큰 나무도 있고 비뚤고 작은 나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키가 큰 나무가 키 작은 나무를 무시하거나 잘난 채 하지도 않고, 키 작은 나무가 키 큰 나무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도 않았습니다. 나무뿐만이 아닙니다. 숲 에 있는 작은 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 체들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 중엔 바람에 쓰러진 채 누워있는 나무도 있었습니다. 반이상이나 뿌리가 드러나 죽은 줄로 알았던 나무는 자세히 보니 누워서도 가지를 뻗고 잎을 싹 틔우며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나무라면 어땠을까? 바람에 쓰러져 뿌리까지 뽑힐 정도로 되었을 때,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나무들을 보고, 이것이 생명의 본래적인 생존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력이란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깨달음에 가슴 벅찬던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때 자연은 우리에게 진리를 설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을 관찰하고 얻어진 통찰력으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게 되었 습니다.

지금도 단풍들고 낙엽지면서 자연은 우리에게 무언가 진리를 설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아마 나무는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

저에게는 가을산은 우리에게 집착을 여의게 하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초록색에 집착하  않고 붉게 변하기도 하고 단풍든 나뭇잎에 집착하지 않고 다시금 하나씩 하나씩 떨구어냅니다. 아무것도 고집하지 않고 붙잡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슬프지 않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저는 붉게 물든 가을산이 황 혼의 아름다움 같이 느껴집니다. 황혼기에 접 든 인생의 성 함이 붉게 물든 가을산과 닮았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이 녹아있는 단풍처럼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봄의 새싹이나 여름날의 신록과 다름없이 가을의 단풍도 아름답고 겨울의 앙상한 나무도 똑같이 소중하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와 같이 매 순간 아름답고 소중한 시기라는 생각이듭니다.

우리는 젊음을 좋아하고 늙음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자연의 사계절처럼 우리 인생도 자라서 성인이 되고 중년을 지나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 또한 법칙입니다. 가을산은 저에게 인생은 모두 다 아름 답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한주영 불교여성개발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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