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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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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3호 발행인 혜암 발간일 2002-04-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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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5 17:46 조회 1,8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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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밀교
그릇됨은 편견과 분별에서 비롯된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서 노부부가 붕어빵과 호떡을 팔고 있었는데, 너무나 다정해 보이고 서로를 무척 아끼는 모습이었다. 날씨가 차가우면 영감님은 행여 마나님이 추워할까봐 포장마차에 비닐을 두번 세번 두르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큰 돌을 짓눌러 놓으신다. 마나님을 위해 잠시도 가만 있지를 않는다. 그런 영감이 마나님은 무척 고마운지 금방 꺼낸 붕어빵 하나를 건내 드린다. 영감님은 반을 잘라 마나님 입에 넣어준다. 참으로 행복한 노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부부에 게는 쉽지 않은 장사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분들에게는 전혀 고단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저분들은 자식도 없나보다. 돌보아 드리는 자식이 없으니 저렇게 생계를 꾸려 가시는가보다. 말년에 참 안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두분께서 저 렇게 서로를 아끼고 위하면서 붕어빵을 파시니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 한 구석에는 조금은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 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휴일날, 포장마차 앞에는 낯익은 여자 한 분이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일을 거들고 있었다. 나는 노부부가 안중에도 없었고 그 여자분에게 인사를 건내며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아니, 관장님 사모님 아니세요. 여기는 왠일입니까? 

포장마차에서 뭐하세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사모님의 설명에 나는 짧았던 나의 생각과 편견에서 비롯된 나의 작심이 참으로 부끄럽고 부질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분은 우리집 애들이 다니고 있는 태권도장의 관장님 사모님이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저희들이 그렇게 만류를 해도 굳이 고집을 부리 며, ‘놀면 뭐하냐. 소일거리로 있어야 한다. 일을 해야 젊어지는 거지. 한푼 이라도 벌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아예 우리는 포장마차를 시작도하지 않았을게다. 다만, 우리 때문에 너희 들에게 누가 되지나 않을까 모르겠다만, 동네사람들이 늙은 노인 들을 포장마차 일을 하게 한다고 입방아를 찧더라도, 내가 괜찮고 너희가 괜찮다면 뭘 부끄러워할 일이겠냐’하 시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셨다”고 하였다,

사모님의 자초지종에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도둑이 물건을 훔치다 들킨 꼴이라고나 할까. 그 얘기를 다 듣고 난뒤 나는 노부부를 제대로 쳐다볼 수 가 없었다. 내 부끄러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부부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스며들었다. 그전까지 측은하게만 여겨졌던 노부부는 내게 달리 보였던 것이다.

객체에 대한 오온의 그릇됨이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오온의 그릇됨과 무명에서 비롯된 나를 두고『대일경』은 이렇게 설하고 있다.

「진언구세자는 일체의 분별과 무분별을 떠나서 무진중생계의 모든 거래와 모든 소작에 의혹을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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